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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려라” 탈레반, 여성 ‘부르카’ 착용 의무화

등록 2022-05-08 12:27수정 2022-05-08 14:18

애초 약속과 달리 여성 인권 제한
지난 3월엔 중·고교 교육도 금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7일 수도 카불에서 눈만 내놓은 이슬람 전통 복장을 입고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7일 수도 카불에서 눈만 내놓은 이슬람 전통 복장을 입고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탈레반이 여성들이 외출할 때 머리 끝에서 발가락 끝까지를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본인과 가족을 처벌하기로 했다.

아프간 권선징악부는 7일 이슬람 여성들이 착용해야 하는 히잡에 관한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훈자다의 지침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르 모하마드 권선징악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모든 위엄 있는 아프간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해야 하며, 가장 최고의 히잡은 우리의 문화의 한 부분인 차도리(chadori,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를 가리는 부르카를 말하는 것으로 차도르의 아프가니스탄식 발음)”라며 “아주 고령이거나 어리지 않은 여성들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한다. 우리에게 이슬람 원칙과 이슬람의 이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슬람 여성들이 외부에서 착용해야 하는 전통 의상인 히잡 가운데에서도 가장 엄격한 수준의 복장을 강요한 것이다.

성명은 구체적으로 “몸의 일부가 보이는 투명한 소재를 쓰면 안 되고 몸의 선이 드러나 보이는 것은 착용하면 안 된다”고 언급한 뒤,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여성은 집에 있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 지침을 위반할 경우엔, 아버지나 남편 등 가족을 최대 3일 동안 구속하고,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여성일 경우엔 직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 기간 동안 여성의 권리를 강하게 제한해 국제 사회로부터 큰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말 미군의 철수 이후 재집권에 성공한 뒤, 예전과 달리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온건파과 과격파 사이 논쟁에서 점점 원리주의 세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탈레반 정부는 집권 초 여성 교육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남녀 학생은 엄격히 분리되어야 하는데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은 여학생들이 학교 다니는 동안 머물 기숙사나 숙박시설을 찾아내거나 새로 짓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했던 3월23일 첫날 ‘돌연’ 여학생에 대해 중학교 이상의 교육을 금지했다. 또 우상 숭배라며 옷 가게의 마네킹의 머리 부위를 떼어 내라고 지시했고, 여성에 대해서는 남성 보호자 없이 72㎞ 이상 장거리 여행을 금지한 상태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은 그동안 탈레반 대표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여러 토론이나 협상 자리에서 국제 사회에 제시했던 여성 인권을 포함한 인권 보호와 인권 존중에 대해 내놓은 수많은 약속들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보기 : 부르카 값 15배 치솟아…탈레반 ‘사면령’에도 공포 번진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08037.html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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