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흑해 봉쇄로 식량 위기”…아프리카, 푸틴에 직접 호소한다

푸틴 “러시아 제재 먼저 풀어야 봉쇄 해제”

러시 아 선박이 5월 27일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길목인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흑해 봉쇄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가 직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봉쇄 해제를 호소한다고 <뉴욕 타임스>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아프리카 연합’(AU)의 의장국인 세네갈의 마키 살 대통령은 3일 북해 연안의 러시아 도시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연합은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의 사회 경제적 협력과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기구로 아프리카 55개 나라(서사하라 포함)가 참여하고 있다. 살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흑해 봉쇄를 풀어 우크라이나의 밀 등 식량을 실은 선박이 아프리카에 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라고 익명의 살 대통령 보좌진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밀 등 식량은 러시아 해군이 흑해 항구의 선박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수출길이 막혀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밀 등 농산물에 식량을 의존하는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군이 흑해 봉쇄를 풀어 밀 등 식량의 수송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먼저 풀어야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식량난을 겪는 피해 당사자인 아프리카 지도자가 직접 푸틴 대통령을 만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는 고통을 설명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크렘린은 성명을 내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두 정상이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들과 정치 대화의 확대, 경제적 인도적 협력의 확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는 밀 수입의 40%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한다. 나라별로 사정은 달라서, 르완다와 탄자니아 세네갈 같은 나라는 의존도가 60%에 이르며, 이집트는 80%, 심지어 베냉과 소말리아는 100%에 이른다. 세네갈 다카르의 서아프리카연구센터(WARC) 관계자는 “전세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받지만 아프리카는 이미 의도치 않은 피해 당사자가 되었다”며 “살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과 아무 관계 없는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생각해달라’고 말할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가뭄과 내전으로 촉발된 사헬 지역과 동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위기를 더 악화시켰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선 1400만명 이상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구호단체들이 밝히고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빵값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에선 지난달 정부가 물가억제를 위해 바게트값을 인상한 빵가게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강경책을 들고나오자 제빵업자들이 파업을 벌였고, 코트 디브와르에선 제빵업자들이 밀값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바게트의 크기를 줄였다.

아프리카 연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회원국들 사이에는 입장이 엇갈려 19개 나라가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지 않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