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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반정부 시위자 첫 사형 선고…최소 20명 ‘사법살인’ 위기

등록 2022-11-14 10:24수정 2022-11-14 20:08

11일(현지시각) 칠레에 사는 이란인들이 수도 산티아고의 유엔 지역대표부 앞에서 이란인들과 연대하는 시위 도중 모의 교수대의 매듭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산티아고/로이터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각) 칠레에 사는 이란인들이 수도 산티아고의 유엔 지역대표부 앞에서 이란인들과 연대하는 시위 도중 모의 교수대의 매듭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산티아고/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전역의 반정부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시위자에게 처음으로 사형선고를 내렸다. 현재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이 2천명을 넘는 만큼 추가 사형선고가 내려질 여지도 크다.

13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이날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시위자 1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폭동’은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부르는 표현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가 지난달 초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 내놓은 발언이기도 하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형선고인은 테헤란 법원에서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르고 공공질서를 해치며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사형이 선고됐다.

이날 사형선고와 함께 다른 이들에 대한 징역형 선고도 함께 내려졌다. 이란 사법부 웹사이트인 ‘미잔 온라인’은 “최근 몇 주 동안 ‘폭동’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사형선고와 함께 “피고인 5명에게 국가안보와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5∼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9월13일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두 달 동안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히잡이 촉발한 여성인권 문제뿐 아니라 경제난과 이슬람 정권의 억압적인 정책, 민족 문제 등이 계속해서 시위의 동력이 되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326명이 숨졌다.

시위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길어지면서 이란 당국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체포와 기소가 이어져 현재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로 기소된 이들은 수도 테헤란의 1천명을 포함해 2천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이란의 전체 국회의원 290명 가운데 227명이 사법부가 이들을 상대로 결단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이틀 뒤인 8일 이란 사법부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분열을 조장한 이들에게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며 중형 선고를 예고했다.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된 뒤 뇌사에 빠진 사실을 보도한 기자와 아미니의 장례식을 취재한 기자도 반체제 선동으로 기소된 상태다.

인권단체들은 사형선고가 줄줄이 이어져 재빠르게 집행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적어도 20명이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흐무드 아미리 모그하담 이란휴먼라이츠 이사는 “사형이 서둘러서 진행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란 당국을 상대로 시위자에 대한 사형 선고는 받아들여질 수 없고,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강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아에프페>에 말했다.

유엔도 이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유엔은 이란 당국이 사형을 시위 진압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시위에 대한 억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형선고까지 가능한 죄목으로 기소하고 있다”며 “즉시 모든 시위대를 석방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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