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폐막 오찬 자리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레어·부시 엇갈린 발언
이라크 전쟁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마저 ‘이라크 늪’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블레어 총리는 17일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진행하는 <알-자지라> 영어 방송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라크에 대한 서방 개입이 지금까지는 상당한 재앙(pretty much of disaster)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머뭇거리며 “그랬다(It has). 하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왜 이라크가 어려워졌느냐 하는 문제다”라고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야당인 영국 자민당은 “드디어 블레어 총리가 그의 이라크 정책 실패를 공개적으로 자인했다”며 공세를 펼쳤다. 자민당은 더 나아가 정책 실패에 대한 총리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총리실은 “총리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단지 예의상 질문자에 대해 수긍하는 자세를 취했을 뿐”이라면서, 재앙이라는 대답이 총리의 견해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은 베트남의 경제 성장에서 이라크의 미래를 발견할 만큼 충만한 낙관론을 과시했다. 그는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존 하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점심 회담을 한 뒤 “베트남의 근대적이고 성장하는 경제로의 이동은 나에게 이라크의 폐허로부터 무엇이 재건될지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고 베트남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베트남에서 미국이 겪은 고통스런 경험에서 끌어낸 교훈은 중도에 그만두지 않는다면 성공한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이라크에서 즉각 성공을 거두길 원하지만 이라크에서의 임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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