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들을 동원해 부산시 주례동 국유림에 형제복지원 시설을 짓고 있는 공사 현장 모습.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제공
1980년대 폭압적인 인권 침해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형제복지원의 박인근 원장 가족이 오스트레일리아에 140억원대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언>은 5일 ‘생존자들이 오스트레일리아판 오징어게임 가족의 추적에 나선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 원장 가족이 시드니에 1500만호주달러(약 140억원) 규모의 골프 연습장과 스포츠 센터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지난달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며 이 사건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비유했다.
신문은 박 원장의 가족이 시드니에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소개하며 “이들이 이 재산의 원천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에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1989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 시드니에 교회를 세웠다. 이후 1995년 시드니 서부에 190만호주달러(18억원)를 들여 골프 연습장과 스포츠 센터를 매입했다.
이 시설은 8㏊ 넓이의 부지에 골프 연습장, 체육관, 테니스장, 스쿼시 코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20년 매물로 나왔을 때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40만호주달러(3억7천만원) 이상의 임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박 원장은 2016년 6월 숨졌으며, 현재는 막내딸과 그의 남편 등이 이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신문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박 원장 가족을 상대로도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 아래 시민 3천여명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 고문, 구타, 성폭행을 일삼은 게 드러났다. 확인된 사망자만도 657명에 이르렀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1987년 박 원장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8년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재조사 뒤 비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당시 재판이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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