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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미국 “중, 패권 위해 진주목걸이 전략”
중국 “경제 위한 진출”

등록 2012-09-06 20:20

미얀마의 벵골만 연안 짜욱퓨에 건설중인 가스관 가압송출시설. 짜욱퓨 연안에서 개발된 천연가스는 이곳에서 시작하는 3천㎞ 길이 가스관을 통해 중국 쿤밍까지 송출된다. 이 가스관은 중국 본토와 인도양을 잇는 최초의 물류수송로이다.
미얀마의 벵골만 연안 짜욱퓨에 건설중인 가스관 가압송출시설. 짜욱퓨 연안에서 개발된 천연가스는 이곳에서 시작하는 3천㎞ 길이 가스관을 통해 중국 쿤밍까지 송출된다. 이 가스관은 중국 본토와 인도양을 잇는 최초의 물류수송로이다.
[미-중의 충돌] 뉴 그레이트 게임
② 미얀마·스리랑카…중국의 진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육상 국경선을 갖고 있다. 하지만 14개 접경 국가 가운데 동맹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중립적이거나 잠재적인 경쟁자다. 주변은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타이 등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들로 둘러싸여 있다. 중국이 자유롭게 외부로 나가는 통로인 동·남중국해는 일본, 한국,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방위선이 지나고 있다. 매년 8%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지 않으면, 2000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되는 중국에 경제를 가동할 에너지 등 자원확보는 안보 문제다. 중국 원유 수입의 80% 이상은 미 해군력이 통제하는 말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지나야 한다. 중국의 부상은 이런 안보 딜레마와 함께 설명돼야 한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공세적 팽창의 상징으로 거론하는 ‘진주 목걸이’ 전략은 역설적으로 중국이 처한 딜레마를 잘 설명해준다.

중, 8% 성장 못하면 2천만명 실업
산업용 에너지 확보는 생존 문제
미 해군력 있는 동남중국해 피해
스리랑카·미얀마 등 ‘출구’ 개발

서방국가선 “중 군사거점 활용”
현지 정부선 “경제개발일 뿐”
미국 등과 관계 회복 하면서
국익 우선 균형외교 나서기도

지난 7월 찾은 스리랑카 최남단 항구 함반토타. 이곳은 이 나라에서 가장 미개발된 낙후 지역이었다. 하지만 인도양·태평양 진출의 거점을 마련하려는 중국의 지원으로 함반토타는 지금 서남아 지역에서 가장 선진적인 사회간접시설을 가진 지역의 하나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0년 개항된 신항구는 현재 3단계까지 확장공사가 진행중이고, 주변 20㎞ 근방에 함반토타 국제신공항과 국내 최대 컨벤션센터가 완공단계다. 또한 서남아 지역에서 보기 힘든 현대식 왕복 4차선 고속화도로가 깔렸고, 내년에는 영연방정상회의가 열린다.

스리랑카에서는 함반토타뿐 아니라 연안을 따라 국토를 감싸는 고속도로와 철도가 건설되고 있다. 이곳에는 중국인 노동자 3만명이 일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60억달러를 스리랑카에 차관으로 지원했다.

서방은 함반토타 외에도 파키스탄의 과다르,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미얀마의 시트웨와 짜욱퓨 등 벵골만 연안 항구들을 중국의 ‘진주’로 지목한다. 이 도시들은 현재 중국의 돈과 기술로 심해항구로 개발중이며, 이 항구를 시작으로 중국 본토와 연결되는 도로나 철도, 가스·송유관 공사가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이다. 서방은 이곳에 중국의 군사시설이 가동되거나 종국적으로 중국의 군사거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지의 반응은 뜨악하다. 경제개발을 위해 중국과 협력할 뿐이며, 이 시설들은 모두에게 개방됐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항만청 관리는 “함반토타 신항구는 스리랑카가 중국에 갚아야 할 차관으로 건설됐고, 운영은 스리랑카의 전적인 권한일 뿐만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중국 군사관계자는 얼씬도 안했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부터 중국의 지원을 대거 끌어들인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지난 2월 중국 방문 때 기자회견을 갖고 함반토타의 중국 군사거점화 논란에 대해 “인도나 미국조차도 그런 말을 우리에게 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그는 “스리랑카에서 중국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비즈니스 차원이고,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며 스리랑카는 중국의 ‘진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 본토와 인도양을 직접 잇는 최초의 물류수송로인 가스관이 출발하는 미얀마 벵골만 연안 짜욱퓨의 가스가압시설 공사현장에는 네 나라의 국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미얀마 국기와 중국의 오성홍기, 그리고 가스전을 개발한 대우인터내셔널의 태극기, 그리고 이 공사 하청업체의 본국인 인도의 국기다. 취재비자 발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미얀마 사정으로 양곤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난 미얀마 외교관리는 “한국이나 인도는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동반자가 아니냐”며 “이 사업에 중국과 미얀마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면 한국과 인도의 참가가 가능했겠냐”고 반문했다.

중국의 경제적 존재감이 압도적인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는 오히려 반중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중국 근로자들을 겨냥한 중국인 성매매 여성들이 유입되는 등 각종 사회적 문제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전국대학생학생회장 대표로 민주항쟁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미얀마 반체제 인사 민꼬나이(48)는 “중국은 외교적으로 고립된 군사정권을 지원하며 그동안 우리나라의 자원과 경제 이권을 약탈했다”며 “버마(미얀마)는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균형외교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 들어갔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6월 미얀마에서 미국 기업들의 사업을 허가했다.

중국은 라오스-중국-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을 제안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모두 미국 군사방위선을 거치지 않고 인도양 등 외부 바다로 나가려는 움직임이다. 중국의 부상이기도 하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미국도 아프간 전쟁을 이유로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 미군 기지나 보급로를 확보했고,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동맹국이며 미얀마와는 관계정상화에 들어갔다. 유라시아 대륙의 연안과 외딴섬에서 미국과 중국이 각축하는 21세기의 ‘뉴 그레이트 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함반토타(스리랑카) 짜욱퓨(미얀마)

글·사진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진주목걸이 전략

미국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이 2005년 1월 미 국방부 의뢰로 작성한 ‘아시아에서의 에너지 미래’ 보고서에서 나온 용어로, 중국의 전략적 진출거점을 이으면 진주목걸이와 비슷하다며 명명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중동에서부터 남중국해까지 해로를 따라 전략적 관계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에너지 자원을 지키고, 광범위한 안보목적을 위해 방어적, 공격적 입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파키스탄의 과다르,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미얀마의 벵골만 연안, 남중국해를 ‘진주’로 꼽았다. 2006년 크리스토퍼 퍼슨 당시 미 공군 중령의 <진주 목걸이:아시아 연안에서 부상하는 중국 세력에 대한 대응>이라는 논문은 이 ‘진주’들이 결국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는 중국의 군사거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표적 대중강경론자인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조차도 “이 지역들에 군사시설이 있다면 적과의 교전 때 신속하고도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고정목표물을 제공하는 셈”이라며 미국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중국 쪽도 미 국방부의 대중강경론자들과 인도의 ‘중국공포증’이 만든 소설이라고 일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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