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군 수뇌부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해리 해리스 전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스콧 스위프트 전 미 해군 태평양 함대 사령관. 코리아 소사이어티 누리집 갈무리
중국의 침공에 맞서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전직 미군 수뇌부의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오판을 부를 수 있는 ‘모호성‘ 대신 ‘명료성’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18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전날 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연 토론회에서 “지난 50년 가까이 잘 작동했던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더는 최선의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해군 제독 출신이다.
스콧 스위프트 전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도 같은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보다 분명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적 경쟁을 말하면서,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모호성은 언제 누구든 오판을 할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전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동북아의 안보 불안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주요 경쟁국은 중국이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변경을 가하려는 중국 탓에 동북아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 한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지역 차원의 패권국이 되려는 중국의 야심은 한계가 없으며, 한국이 중국의 압박에 면역이 돼 있다는 생각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뉴햄프셔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 독립 문제는 대만이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지만, 미국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대만 관련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정치 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열린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거나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일방적 시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중국이 ‘무력 통일’을 시도한다면 미국이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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