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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특파원리포트] 세계 최대 싼샤댐 준공 뒤의 그림자

등록 2006-05-19 15:35수정 2006-05-20 20:26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고 높은 인공 저수지인 중국 양쯔강 싼샤(三峽)댐이 20일 마침내 준공한다. 싼샤댐은 우선 규모가 모든 인공 시설물을 압도한다. 가로 길이만 2300m에 이르고 높이는 185m에 이른다. 여기에 가둘 수 있는 물은 모두 393억㎥에 이른다.

1993년 착공하기 전 잡힌 예산은 108억달러(약 10조8000억원)였으나 준공 때까지 공사비용은 모두 250억달러(약 25조원)가 투자되었다. 리융안 싼샤총공사 경리의 말을 보면, 지난 3월 말까지 이 지역에서 댐 건설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주한 주민은 112만8000명에 이른다. 이들에 대한 보상만 449억위안(약 5조6125억원)이 들어갔으며, 실제로 집행된 액수는 515억위안(약 6조4375억원)이라고 한다. 이 지역의 이주민들이 통계 숫자 속으로 사라짐과 동시에, 이 지역에 남아있던 파촉지방 소수민족과 지방문화의 전통은 영원히 볼 수 없는 과거의 일로 사라지게 됐다.

중국 당국은 싼샤댐의 건설로 수력 발전, 홍수 예방 효과, 해상 운수, 주민 고용 촉진과 복리 증진 등 네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국 <비비시(BBC)> 중문판 보도에 따르면 적지 않은 환경 전문가들은 이 네 가지 가운데 수력 발전 말고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며, 그나마 수력 발전 조차도 얻는 전력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비싼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질 오염이다. 2003년부터 부분적으로 발전을 시작한 싼샤댐의 수질은 이미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다. 어종은 크게 줄고 있고 댐 안에 고인 물은 썩어 들어가 하류로 썩은 물때를 흘려보내고 있다. 이미 ‘싼샤댐 효과’가 양쯔강의 하구인 창장(長江) 삼각주와 상하이까지 흘러내려오고 있다고 <비비시>가 19일 보도했다. 또 싼샤댐으로 인해 양쯔강의 물흐름이 느려져 자정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도 수질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썩은 물’ 방류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양쯔강의 하류는 황해 남부와 동중국해로 통하므로 이 지역 해수 오염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싼샤댐의 건설로 이 지역의 생태계와 문화 환경은 심각한 파괴를 당했다. 싼샤댐에 물이 차 들어옴에 따라 이 지역에 있던 적지 않은 고고·역사 유적지, 명승지가 물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싼샤댐의 수몰 예상 지역에는 구석기시대 유적지 60여곳, 신석기 시대 유적지 80여곳이 있으며, 고대 파촉인들의 유적지도 100여곳이 있다. 또 한나라와 6조시대의 유적지는 470여곳에 이르며, 명·청 때의 건축물과 부두·잔교 등도 300여곳에 이른다. 싼샤댐 건설 착공을 앞두고 나온 <싼샤 문물보호 계획 보고>에 따르면 이 지역의 유물·유적지는 모두 2318곳(지상 446곳, 지하 792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문화 유적지들이 싼샤댐의 물 속에 수장 당했거나 앞으로 잠길 예정이다.

싼샤댐이 앞으로 몰고올 생태 환경 재앙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미 싼샤댐이 양쯔강의 흐름을 가로막은 영향으로 양쯔강 중하류인 후난 화룽현에서는 600m 길이의 제방이 무너질 위험에 처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싼샤댐에 고였다가 흘러내려오는 물이 더 많은 모래를 운반함에 따라 하상과 물흐름이 달라지면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싼샤댐 자체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회의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소리> 인터넷 중문판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3년 이미 싼샤댐 제방에서 80여곳의 균열을 발견한 바 있다고 한다. 보도는 댐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댐 자체의 안전성은 물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도 안전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강조한다. 차오광징(조광정) 싼샤총공사 부총경리(부사장)는 “싼샤댐의 건설 초기부터 군사적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체계 구축을 병행해왔다”며 지난해 11월에는 테러방지 군사훈련까지 실시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또 중국 관영 <중국신문>은 이날 이 지역에 인민해방군 제2포병대, 공군 지대공·공대공 방공부대, 육군 방공부대 등이 연합해 유도탄 방어시스템, 지대공 유도탄을 포함한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 지역 방어를 위한 최신형 레이더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싼샤댐은 흔히 중국에서 ‘리펑공정’이라 불린다. 1990년대 초반 당시 총리이던 리펑이 주도해서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수리 전문가이기도 한 리펑은 1992년 전국인민대표대회 7기 5차 전체회의에 싼샤댐 건설과 관련한 안건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찬반 투표를 부친 결과 찬성표는 1767표, 반대 177표, 기권 664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표가 전체 투표자수의 67%에 지나지 않았다. 이건 중국 전인대에서 통과된 안건치고는 찬성률이 이례적으로 매우 낮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이 거대한 건설계획을 처음 추진할 때부터 찬반 논란이 격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일 오전 열릴 예정인 싼샤댐 준공 기념식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의 9인 지도부 가운데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경보>가 19일 전했다. “자연과 화해” “사람과 화해” 등 ‘화해 사회’ 건설을 정치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현행 지도부로서는 거대한 자연 파괴의 현장인 싼샤댐의 준공 기념식에 참석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진정으로 중국 지도부가 싼샤댐과 같은 대규모 역사의 문제점을 자각했다면, 앞으로 싼샤댐으로 인해 발생할 수질 오염과 생태계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하는 길 밖에 없겠다. 다시는 ‘인간의 승리’가 아닌 ‘인간의 만용’을 상징하게 될 기념물을 양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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