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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현장 리포트] 여론 귀막은 서울대의 모호한 해명

등록 2006-09-14 17:54수정 2006-09-15 10:40

12일 오후 서울대학교 본부에서는 간단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 모집에서 토익·토플·텝스 등 공인 어학 성적이 반영된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성 회견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토익 등 어학 성적은 예로 든 것일뿐 반드시 갖춰야 할 사항은 아니다”며 “출결 사항, 봉사 활동 등 기본적인 것만 잘 하면 누구나 만점을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호들갑스런 언론 보도를 잠 재울만한 썩 괜찮은(?) 해명이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에 다시 찾아간 기자에게 김 본부장은 앞의 해명과는 꽤 다른 얘기를 했다. 요약하면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은 출결·봉사 활동 등 필수 항목과 나머지의 비필수 항목으로 나뉜다. 토익 등 어학 성적은 비필수 항목에 들어가고, 두 항목은 따로 점수를 메길 것이므로 별다른 특기 사항이 없다면 어학 성적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앞선 해명에서는 어학 성적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모호하게 말했지만, 불과 1시간도 채 안돼 토익 등 어학 성적을 하나의 평가 요소로 활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대의 방침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중·고생들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통과의례처럼 토익·토플 혹은 서울대가 주관하는 텝스 시험 점수를 따려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대는 이처럼 충분히 우려되는 결과를 외면한 채, “학생부에 적힌 모든 사항을 반영하는 게 우리의 기본 방침”이라며 원칙론만 내세우고 있다. 자신들의 본래 의도를 모호한 해명으로 덮은 채 말이다.

모두가 갈 순 없지만 누구나 서울대를 목표로 준비하는 우리 입시 환경에서, 서울대의 이번 발표는 설령 ‘반영’이 아니라 ‘참고’라 할지라도 현장에선 태풍과 같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때문에 서울대는 훨씬 더 분명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김 본부장은 회견 막판 기자들에게 “입시 관련 기사에 입시 전문가 등 학원 관계자만 등장시키지 말고 현장 교사들도 좀 등장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현장 교사의 목소리를 덧붙인다. “0.1점 차로 당락이 갈리는 게 입시 아닙니까. 필수가 아니라 해도 반영이 된다면 학생들로서는 당연히 뛰어들지 않을 수 없죠. 그게 요즘 학생들 처지입니다.”(서울 동성고 영어 교사 김행수)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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