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화제
중국, 올 추석 호화 월병 세트 자취 감춰
시진핑 주석 취임 뒤 시행 반부패 정책 때문
중국, 올 추석 호화 월병 세트 자취 감춰
시진핑 주석 취임 뒤 시행 반부패 정책 때문
금박 포장에 샥스핀(상어지느러미) 소로 채워진 월병, 보석함을 본뜬 포장지에 싸여 100만원을 호가하는 월병….
지난해만 해도 중국에서 선물용으로 심심찮게 눈에 띠던 호화 월병 세트가 올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사치 척결 캠페인에 명절 선물 시장도 꽁꽁 얼어붙은 형국이다.
20년 동안 상하이에서 월병 공장을 운영해 온 첸치량은 “시진핑 주석 취임 뒤 강력히 시행하고 있는 반부패·사치 정책 탓에 고가의 월병 판매가 지난해에 견줘 20% 이상이나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의 생산 계획도 고가 월병보다는 중저가의 월병 생산 쪽으로 방향을 맞췄다”고 말했다. 한 고급 호텔 관계자는 “고가 월병 세트를 마련해두고 판매를 하고 있지만 썩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수년동안 근무해 온 외국계 로펌 관계자도 “올해 들어 중국 정부 공무원들이 값비싼 월병 선물을 받기를 꺼려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아예 월병 자체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가의 월병의 판매가 극도로 부진한 것은 정부의 반부패 드라이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중국에서는 고가의 월병이나 월병 상자 안에 현금이 든 봉투나, 술 등 다른 금품이나 고가의 물건을 넣어 뇌물을 전달하는 관례가 만연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최근 “명절을 맞아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지나치게 고가의 월병을 주고 받는 것은 사치, 과장 풍조의 일환이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추절과 10월 초 국경절을 앞두고 정부 공무원이나 국유기업 임직원들이 공금을 이용해 고가의 선물을 사거나 호화 만찬을 하는 사례를 강력히 적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중국 시장 분석 전문가는 “연일 국유기업 관계자들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월병 선물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매우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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