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 쿠릴열도~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섬으로 이어지는 제1열도선(도련선)은 애초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 고문이었던 존 포스터 덜레스가 소련과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었다. 다만 당시 미국에선 정책화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이를 봉쇄선으로 보는 시각은 존재했다. 그러나 해군 사령원 출신으로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역임한 류화칭(1916~2011) 같은 전략가들은 이 선을 ‘방어선’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중국 해군이 일단은 작전을 이 안에서 진행해야 한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는 마리아나섬~괌~팔라우의 제2열도선까지 작전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곧 제1열도선은 힘을 키울 공간을 위한 ‘울타리’였던 셈이다. 그런 탓일까, 중국 해군이 제1열도선을 넘어가 훈련을 하면, 중국 언론들은 흥분하며 ‘원양 군사훈련’을 극찬하고 이들을 영웅화한다. 2011년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의 등장은 본격적 신호탄이었다. 랴오닝함이 서태평양 훈련을 실시한 최근에도 함대와 대원들은 연일 <중앙텔레비전>(CCTV)에 나오고 있다. 중국은 통상적 훈련이라고 설명하지만, 제1열도선이 무력화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어선으로서의 울타리는 외래 세력을 막는 구실도 해야 한다. 중국이 보는 제1열도선에는, 중국 해군이 성장할 때까지 미국 군사력을 허락해선 안 되고 필요하면 선제적 공격을 취할 거란 의미도 담겨 있다. 몇해 전 미국의 랜드연구소나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중국이 2020년까지 이 같은 ‘제1열도선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을 갖출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중국의 부상에 긴장하는 미·일은 ‘봉쇄선’ 개념을 다시 불러온다. 1년여 전엔 일본이 대만까지 이어지는 동중국해 섬 지역에 대함·대공 미사일을 배치할 거란 보도가 나왔다. 최근 대한해협을 넘어 동해까지 들어온 중국 전투기의 등장에 한·일은 출격으로 대응했고, 미국 항모가 태평양을 건너 남중국해로 오고 있는 것도 ‘대응성’으로 풀이된다. 긴장은 실로 고조되고 있다. 이쯤 되니 상황을 여기까지 오게 한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전화 통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얘기를 종합하면 차이 총통이 전화를 걸었고, 트럼프 당선자가 트위터로 외부 공개했다. 이후 중국은 격렬히 항의했고, 항모와 전투기로 무력시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트위터에서 “전화도 못 하나?”, “이해가 안 되네”라며 중국을 자극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차이 총통은 양안 문제를 거칠게 다룬 적이 없다. 취임사에선 중국이 요구하는 ‘92공식 약속’은 없었지만 ‘중화민국 헌법’은 있었다. 헌법의 영토 조항은 중국이 애지중지하는 ‘하나의 중국’에 부합한다. 한달 뒤 몇 안 되는 수교국 중 하나인 파나마에 갈 때도 이번처럼 미국을 경유했지만, 중국도 누구도 지금처럼 사사건건 흥분하지 않았다. 사실 차이 총통의 대만엔 여유도 있어 보였다.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가 대만과 단교했지만, 가뜩이나 중국·대만 번갈아 수교한 이력이 있는 나라가 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만은 그리 아쉽지 않은 듯하다.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이 늘어가는 대만 사회의 특성상, 양안 문제에서 시간은 대만의 편이라는 자신감도 있을 것이다. 전화를 건 게 문제인지, 공개가 문제인지 말하기 힘들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불확실성’이 위기의 큰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긴장 가득한 미-중 관계로 임기를 시작하려는 그를 보니 불안감만 앞선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베이징에서 나 혼자 그런 게 아니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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