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샤오밍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자체가 한-중 관계에서 ‘변화의 시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주변국 관계, 대국 관계 등을 연구해온 장 교수는 13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관계가 예상과 달리 안정적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쪽에선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시 주석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완강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어떤 의미인가?
“중국의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지금 와서 갑자기 바뀔 리도 없다. 한-중 사이에 사드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10월31일 양국의 입장이 일단 합의 형태로 정리됐다고는 하지만, 중국도 지켜볼 것이다. 다만 양국이 외교·군사 부문의 대화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진행할 것이다.”
―당장은 양국 관계의 전면적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인가?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독일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만나지 않았는가. 예전에 양국 관계가 나빠졌을 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중-한 관계는 ‘변화의 시기’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다만 관계 회복이 이뤄진다 해도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나 올해 초 상황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어떤 인상을 남겼는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매우 좋다. 특히 경제·무역 분야에서 25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협약이 체결된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의사소통도 현재 공개된 것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북핵 문제에서는 별다른 진전된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중-미는 조선(북) 핵 문제에서 ‘핵 보유국’ 지위 불인정과 ‘비핵화’라는 공통된 인식에서 큰 의견 차가 없다. 또 중국이 바라는 평화적 해결 방식은 한국 등 주변국과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국은 점차 수위를 높여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모두 찬성했다. 중국도 북한을 압박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결국은 북-미 간 직접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거론한 ‘인도-태평양’ 개념은 중국 견제용이란 시각이 많다.
“‘인도-태평양’은 이번에 새로 나온 게 아니라 앞서 오바마 행정부 때도 쓰였고, 멀리는 1920년대에도 쓰인 적이 있다. 물론 미국-인도 관계 강화는 중국 견제 성격이 없진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결과적으로는 그의 취임 뒤 중-미 관계는 안정적 흐름을 타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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