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이 9일 도쿄 아카사카 사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시아 순방과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대표적 전략가였던 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시아 순방의 주요 이슈는 북한 문제라면서, 북한에 대해 “계속 압력만 가한다고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어디에선가는 교섭의 길을 열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나카 이사장은 지난 9일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은 아직 확실히 보이지 않으며 일관된 메시지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외무심의관(차관보)를 역임한 다나카 이사장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 때 평양선언을 주도한 인물로 현실주의적 외교관을 지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치 않게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이전 미국 대통령들에 비해 어떤 정책을 취할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도 러시아 대선 개입 게이트를 비롯해 여러 조사를 받고 있으며 국내 입지도 강하지 않다. 반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로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정권 출범 이전부터 트럼프를 만나 관계를 구축해,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트럼프 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지도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를 강화했다는 의미에서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미-일 양국 관계에서는 큰 문제는 없고 역시 가장 큰 과제는 북한 문제다.
아베 총리는 압력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말하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내가 매우 염려하는 점은 압력을 계속 가한다고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지점에서는 교섭의 길을 열어야 한다. 당연히 앞으로 계속 북한에 압력을 가하면 북한이 폭발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군사도발 가능성이 없을 수는 없다.이런 점을 고려한 위기관리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압력을 가하는 것과 동시에 여러 면에서 준비를 하고 있느냐에 대해 걱정이 된다. (북한 유사사태의 경우) 난민은 어떻게 할 것이며 북한 핵은 누가 통제하느냐 등의 문제에선 국제적 협력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선언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과 일본, 미국 그리고 중국이 조용히 (준비를) 진행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압력” “지금은 대화의 시기가 아니다”라고만 말하는데, 압력을 가하면 가할 수록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없으면 서로의 의도를 오해할 수 있다. 나도 2002년 1년 이상 북한과 교섭할 때 교섭을 할 때도 있었지만 (교섭을 하지 않을 때도 ) 줄곧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며 미국은 어떤 생각인가를 북한에 설명하고 설득했다. 나는 1개의 p와 3개의 c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는 압력(pressure)이다. c는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것과 같은 협력(coordination), 위기관리계획(contingency),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세가지 c로 압력을 지탱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에선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이 취할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유화적 자세를 취하거나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면 오해를 사기 쉽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은 핵심 당사자다. 한국이 어떻게 하고 싶느냐가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무엇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한국 정부 스스로 어떤 형태로 문제를 처리하고 싶은지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대외적으로 발표할 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미국과 일본과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은 압력을 가하는 데 대해 중국과 러시아도 설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압력을 가하면 북한은 폭발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한 계획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수면 아래서 (위기 관리를 위해) 북한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대화가 아니다. 북한과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게 유화적 태도도 아니다. 한국 정부에 강하게 말하고 싶은 점은 한국이 제1당사자로서 한국을 중심으로 (북한 문제를)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 최종적 해법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는가
“최종적으로는 대화라기보다는 교섭이다. (한반도에서)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교섭이다. 2005년 9월에 나온 6자회담 공동성명으로 얻었던 것이 교섭으로 인한 성과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한국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볼때,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정책이 변했다고 느끼는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자체에 일관된 메시지가 없다. 초기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도 좋다고도 말하지 않았나.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말도 다르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그렇고 한국 국회에서도 그가 밝힌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미국을 과소평가 하지 말라”는 말이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다고 한 것이 그가 밝힌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본다. 미국은 자국 안보가 위협받으면, 반드시 싹을 자르는 행동을 취하는 국가다. 북한이 워싱턴이나 뉴욕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핵탄두 능력까지 갖추면 최대의 억지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은 안보상 문제가 커지면, 일정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라라는 점을 북한은 이해해야만 하는데,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당신은 2002년 북한과의 교섭 담당자였다. 그런 경험에 비춰 보면, 현재 한반도 정세는 어떻다고 판단하는가.
“위기에 가깝다. 중국이 이를 인식해야 한다. 나는 중국과 공통의 이익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핵전력을 갖추면 이는 중국에도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북한의 핵무장은 한국 국내에서도 핵보유 주장이 커지게 한다. 이는 이 지역을 극히 불안정하게 만드는 재료가 된다. 따라서 전쟁에 의하지 않고도 북한의 핵무기를 없앨 수 있는 작전을 모두가 짜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모두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년이 흐르면 무리다. 북한의 핵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인 부분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이 전략이 앞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구상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미국을 아시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필요한 생각이라고 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는 미국이 아시아로 눈을 돌리자는 게 기본적 정책이었으니 좋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이 없다. 비전이 필요하다는 점은 잘 이해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행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미-중 정상회담에 달린 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주의자로 거래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미-중 관계는 지금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안보적인 면에서도 중국과 좋게 지낼수 밖에 없고, (미-중 관계를 위해서) 미-일 동맹 그리고 한-미 동맹,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안보 협력을 부각시킬까 말까를 고민한다. 지금의 인도·태평양 정책은 중국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물론 견제의 의미가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본다.”
-오바마 정권의 ‘아시아 회귀’ 같은 명확한 아시아 정책이 트럼프 정권의 정책에 존재하는가
“없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아시아를 경시하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그의 첫 해외 방문지는사우디아라비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동맹관계 강화를 추진해왔지만, 사우디와 이스라엘 같은 나라가 주요 대상이었다. 일본이나 한국에는 무기 구매와 무역적자 삭감을 강조한다. ‘아시아 정책’이 보이냐하면 그렇지 않다. 오바마 때의 아시아 회귀나 조지 부시 행정부의 동맹국 중시 같은 이해하기 쉬운 아시아 정책은 나오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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