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교장관 장-이브 르 드리앙(오른쪽)과 유럽연합(EU) 외교담당 고위 대표 호세프 보렐이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세력의 독립을 승인하고 파병을 결정한 러시아를 제재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 이날 유럽연합 회원국의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뒤 러시아 제재에 대한 만장일치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번 제재안 러시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의 대상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분리독립 인정에 찬성표를 던진 러시아 두마(연방의회 하원) 의원 351명과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위협한 개인 27명과 기관들이 포함됐다.
제재대상 인사들은 모두 러시아의 기업과 언론, 정치에서 핵심적 인물들로 “쉬운 말로, 올리가르히(특권계층)”라고 보렐 고위대표가 밝혔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제재안은 필요한 기술적 법적 검토를 거쳐 이르면 23일부터 발효된다. 하지만, 이날 결정된 제재안은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내놓겠다고 공언한 더 크고 강력한 제재와는 별개의 것이다. 르드리앙 장관은 “만약 러시아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로 결정한다면 예약된 제재들이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유럽연합 외교장관들은 이번 제재 결정과 별도로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유럽연합이 “외교를 위한 문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25일로 예정됐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해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드리앙 장관은 “몇몇 회원국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만장일치 합의를 위해 양보했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번 제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을 위협하는 개인과 기업이 이번 제재에 포함됐고 러시아 군대에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도 제재대상”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유럽연합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데 제재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의 승인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해서도 “옳은 결정”이라며 이번 위기가 “유럽이 러시아 가스에 너무 의존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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