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각) 하원에서 러시아 제재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 의회 제공. 런던/AFP 연합뉴스
영국이 24일(현지시각) 러시아 은행과 기업,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등을 겨냥한 역대 최대규모의 제재안을 내놓았다. 캐나다도 이날 러시아 수출 통제 등 제재안을 발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몇 시간 뒤 하원에 출석해 푸틴이 “세계와 역사에서 비난을 받을 것”이며 “손에서 우크라이나의 피를” 씻어낼 수 없을 것이라며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푸틴의 잔혹하고 야만적인 모험은 반드시 실패로 끝나야 한다”며 “오늘 영국은 러시아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가장 심각한 경제 제재 보따리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제재는 100개가 넘는 러시아의 개인과 기관,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10개 항목의 제재안에서 우선 러시아 국영은행인 ‘브이티비’(VTB)를 비롯한 주요 은행의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주요 기업이 영국에서 자금 조달하는 것을 막는 내용이 들어있다. 소련 붕괴 이후 지난 30년 남짓 영국 런던의 자본시장은 러시아 기업들이 러시아 밖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장소로 선호됐다.
이번 제재에는 푸틴 대통령의 사위였던 키릴 샤마로프와 프롬스비아즈뱅크 회장 표트르 파라드코프 등이 포함됐다. 영국 재무부는 파라드코프 회장이 프롬스비아즈뱅크를 이용해 러시아 국방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또 러시아 기간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취항도 금지하며, 하이테크 장비와 부품, 민수와 군 겸용 품목의 수출도 금지한다. 러시아 국적자의 영국 은행 예금액도 5만파운드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 당국자는 “런던을 자주 드나들며 호화 생활을 즐기는 러시아 재벌들을 겨냥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런던 고급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가장 좋은 호텔에서 묵고 아이들을 최고 사립학교에 보내던 러시아 재벌들의 생활이 모두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통신망 차단과 관련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은 1만1천 곳이 넘는 전 세계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전산망으로, 여기서 배제되면 다른 금융기관과 정상적인 거래가 어려워진다.
쥐스탱 트뤼토 캐나다 총리도 이날 대국민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무모한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하기로 했다”며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고위인사와 가족, 기업과 은행 등이 제재 명단에 올랐다. 또 항공우주와 정보기술(IT), 광업 분야에서 5억5천만 달러(6621억원) 규모의 수출 허가가 취소됐다.
캐나다는 향후 추가 제재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