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들이 13일 폴란드 프세미시우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프셰미실/AP 연합뉴스
자나 시니치나(49) 가족은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지 이틀 만인 12일 귀국길에 올랐다. 흑해에 면한 고향 미콜라이우는 러시아군의 맹폭으로 사실상 폐허가 됐다. 러시아군의 폭격이 여전히 두렵지만, 피난 온 폴란드에선 잠잘 곳도 마땅치 않고 고향을 떠났다는 게 뭔가 잘못한 듯 마음이 편치 않아서이다. 자나는 “미콜라이우가 내 마음의 집”이라고 말했다.
시니치나 가족처럼 우크라이나에 면한 폴란드 동부 프세미시우역에는 키이우행 열차를 기다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꽤 많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관리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두 주 동안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우크라이나인은 22만명에 달한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외국으로 탈출한 우크라이나인이 269만명에 이른다는 보도와 단순 비교하면, 피난민 중 대략 10% 가량이 고향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전쟁으로 북새통인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쟁이 일어날 때 외국에 있었다가 집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피난을 나왔다가 다시 집이 그리워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또 볼로디미리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를 듣고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귀국하는 이들도 있다.
자나는 이날 역에 나왔다가 100명이나 되는 이들이 키이우행 열차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딸 나디아(30)와 손녀 키라(12)는 귀향에 반대했다. 나디아는 키라의 안전을 걱정했고 폴란드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무료로 머물 수 있는 곳이 시내에서 너무 멀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물가도 비쌌다. 자나는 나디아와 키라를 설득했다. 미콜라이우에는 19살 아들과 남편이 남아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다. 돌아가서 그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위해 뭔가 하기로 한 것이다.
교사 출신 비라 라프추크(52)도 이날 우크라이나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브네에 살았는데, 전쟁이 나고 학교가 문을 닫자 곧바로 아들이 사는 폴란드로 왔다. 하지만, 연일 전해지는 고국 소식을 들으며 돌아가서 뭔가 도울 일을 찾고 싶었다. 그는 “두려움은 없다”며 돌아가면 아이들을 다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침공할 때 유럽 어디선가 트럭을 몰던 올렉시 지비에리에브도 이날 역에서 우크라이나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화물 운송을 마치는 대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싸우겠다고 결심했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전쟁이 나자 자원 입대한 친구 두 명이 전사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는 “싸우러 가는 느낌을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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