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시위 참가자가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군비 축소”라고 적힌 글을 들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베를린과 바르샤바, 런던 등 유럽 전역에서 1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반대하는 반전시위가 열렸다.
이날 베를린에서는 독일노동조합 주관으로 6만여명이 참여해 대규모 반전 시위가 열렸다고 <에이피>(AP)가 보도했다. 알렉산더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러시아 대사관과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전승 기념탑까지 행진하며 “전쟁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파란색과 노란색의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전쟁 중단”,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평화와 연대”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네 이웃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노어베르트 헤링은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 영상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 폭격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시위에는 러시아인도 참여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했다. 독일에서 유학하는 러시아인 알렉산드라 벨로제로바는 “우리는 이 전쟁에 반대한다. 우리의 연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반전시위에는 프랑크푸르트와 함부르크, 슈투트가르트, 라이프치히 등 독일 전역에서 열려 모두 12만5천여명(주최측 집계)이 참석했다.
바르샤바와 런던, 로마, 밀라노 등 다른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반전시위가 잇따랐다. 밀라노에서는 시위대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추모해 피 묻은 옷을 들고 행진했다. 로마에서는 우크라이나 영공의 비행금지를 뜻하는 “하늘을 닫아라”라고 쓰인 현수막이 나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2만5천명의 신도를 향해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민간인의 공격에 대해 “야만 행위”라고 비난했다.
러시아에서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37개 도시에서 반전시위가 벌어져 817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아에프페>(AFP)가 인권단체 ‘오브이디-인포’(OVD-Info)를 인용해 전했다. 모스크바에서는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300여명이 체포됐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많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게 목격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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