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 30개 회원국과 나토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AP 연합뉴스
‘중립’을 표방해온 북유럽의 핀란드와 스웨덴이 올여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을 요구하다가 전쟁을 일으켰는데, 그로 인해 ‘나토의 확대’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더 타임스>는 11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나토 당국자들 말을 인용해 핀란드와 스웨덴이 이르면 올여름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익명의 미국 당국자들이 지난주 핀란드와 스웨덴도 참가한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양국의 나토 가입이 “여러 (토론) 세션과 대화의 주제”였다고 말했다. 나토 외교장관 회의는 지난 6~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고, 핀란드와 스웨덴 등은 파트너 국가로 회의에 참여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도 9일 미 당국자 말을 인용해 이 회의에서 양국의 가입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이런 움직임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거대한 전략 실수”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더 타임스>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은 6월께로 예상되고 스웨덴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정부도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한 결론을 여름이 끝나기 전에 내릴 수 있다고 내비쳤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에 대해 “매우 신중한 논의를 할 것이지만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여름 전까지는 토론을 끝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당국자는 <시엔엔>에 안보 정책 분석을 5월 말에 끝낼 예정이고 정부는 분석 보고서가 나온 뒤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결정에 따라 스웨덴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1939년 11월~1940년 3월 ‘겨울 전쟁’으로 소련에 영토의 10%를 빼앗긴 아픈 경험이 있는 핀란드는 2차 대전 뒤 중립정책을 내세우며, 소련과 뒤를 이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80년 넘게 이어져온 외교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여론은 가입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 여론조사를 보면 2월23~25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처음 절반이 넘는 53%가 나토 가입에 찬성했다. 지난달 9~11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9%포인트 오른 62%가 찬성했다. <윌레>는 변화 이유에 대해 “세계 다른 나라가 재정 그리고 물자 지원을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혼자 거대한 힘(러시아)과 전선에서 맞서고 있다. 핀란드인들도 아마 이를 인식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 여론조사 기관 데모스코프가 지난달 초 발표한 조사에선 처음으로 과반인 51%가 나토 가입에 찬성했다.
이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군사훈련에 적극 참여하는 등 ‘사실상의 회원국’이라는 시각도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주 브뤼셀에서 “그들이 가입 신청을 결심하면 모든 동맹(회원국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유럽 당국자는 <시엔엔>에 핀란드 등이 나토에 공식 가입해 집단안보조항의 적용을 받기 전에 러시아가 공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