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1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사진 촬영 을 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 연합뉴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평소 러시아에 우호적 성향을 보여온 탓에 방문을 거절당한 것으로 보인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함께 바르샤바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방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명백하게도 키이우에서는 (방문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도이체 벨레> 등이 전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키이우를 방문해 “유럽 연대에 대해 강한 신호를 보내려 했었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13일에 폴란드와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발트해 3국 대통령과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러시아에 우호적이었고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을 지지했다는 점 등 때문에 방문을 거절했다고 <빌트>는 전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틀 전인 지난 2월22일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 사회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앙겔라 메르켈 정부 시절에 두 차례 외교장관을 지냈다. 두번째 장관 재직 시절인 2016년엔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의 휴전과 평화 정착을 위한 협정인 ‘민스크 협정2’ (2015년) 이행을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장악 지역에서 유럽안보협력(OSCE) 기준에 따른 자유민주 선거실시를 제안하는 이른바 ‘슈타인마이어 공식’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이후 민스크 협정이 사문화되면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017년부터는 의원내각제인 독일에서 상징적 성격이 짙은 직책인 대통령을 맡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우크라이나 외교관은 “우리는 모두 슈타인마이어의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알고 있다”며 “그는 현재 키이우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도 지난 4일 러시아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그는 “노르트스트림2에 내가 매달린 것은 실수였다”며 “우리는 유럽 공통의 집을 건설하는 데 실패했다.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제국주의 광기를 위해 나라의 완전한 경제적·정치적·도덕적 파멸을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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