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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산 석유 제재, ‘원산지 세탁’으로 구멍 숭숭

등록 2022-06-02 11:20수정 2022-06-02 13:39

러, 미·EU 수출길 막힌 석유 아시아 헐값 판매
인도 기업 정제유 세계 곳곳에 수출해 고수익 즐겨
예인선이 미국 루이지애나 캐머런 패리쉬에서 LNG 유조선을 끌고가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
예인선이 미국 루이지애나 캐머런 패리쉬에서 LNG 유조선을 끌고가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석유 수출을 막고 있지만, 이른바 ‘원산지 세탁’을 거쳐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보면, 러시아 제재 이후 국제 석유업자들은 러시아 원유를 휘발유나 경유 또는 다른 화학물질 등으로 정유해 원산지를 모호하게 한 뒤 거래하고 있다. 이런 거래에는 인도 기업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에 도착한 러시아산 석유가 정유 과정을 거친 뒤 수에즈 운하와 대서양을 거쳐 미국까지 운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석유를 공해에서 몰래 다른 배에 옮겨 싣는 환적 방식도 동원되고 있다. 이미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란·베네수엘라가 국제 감시망을 피해 석유 거래를 할 때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이런 수법은 주로 지중해와, 서아프리카 바다, 북해 등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렇게 환적된 러시아산 원유는 중국·인도·유럽에 들어가고 있다.

그로 인해 러시아의 석유 수출은 서구의 대러 제재가 처음 시작된 3월 급감했다가 한달 만에 거의 회복됐다. 4월 러시아의 하루 석유 수출량은 침략 이전 수준인 810만배럴에 이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인도의 수입 증가였다.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은 전쟁 전 하루 3만배럴에서 최근 80배럴로 26배 이상 치솟았다. 러시아가 서구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석유를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35달러나 낮은 가격으로 인도에 팔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인도의 정유 수출은 전쟁 전보다 유럽에선 3분의 1, 미국에선 43%나 늘었다. 러시아로부터 값싼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경유 등으로 정유한 뒤 최근 급등한 시세로 대량 수출해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산 석유 구입 물량을 전쟁 전보다 7배 늘린 인도의 거대 에너지 기업 릴라이언스 산업은 4월21일 휘발유 화합물 알킬레이트 운반 선박을 임대해 파키스탄과 접한 서북부 시카항을 출항하도록 했다. 이 배는 5월22일 뉴욕에서 하역했다. 스웨덴의 싱크탱크 ‘에너지와 깨끗한 공기 연구센터’(CREA) 관계자는 “릴라이언스가 러시아 원유를 싼값에 사서 인도에서 정유 처리한 뒤 되팔기 위해 미국에 들여온 것 같다”고 말했다. 릴라이언스는 이에 대한 해명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주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배 ‘전1호’는 석유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로렌 2호’와 서아프리카 해상에서 만났다. 로렌 2호는 러시아 석유를 옮겨 실은 뒤 지브롤터로 향했으며 최종 목적지는 중국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업자들이 이란·베네수엘라·러시아산 원유를 사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거래 제한 등 다른 제재에 따른 불이익과 정치적 위험 등으로 인해 구매업자나 판매업자 대부분이 거래 내역을 숨기려 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선박들이 위치를 감추기 위해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끄고 운항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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