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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마리우폴 최후 저항 우크라 ‘아조우 부대’…극우 이미지 세탁하나?

등록 2022-06-07 08:31수정 2022-06-07 08:42

남부 자포리자 등에서 신입 대원 훈련 중
나치 문양도 폐기하고, 새로운 부대 창설
미국 등 무기 지원 금지 해제 노리나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인근에서 훈련 중인 아조우 부대원들. <월스트리트저널> 누리집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인근에서 훈련 중인 아조우 부대원들. <월스트리트저널> 누리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주요 명분으로 꼽아온 극우 성향의 ‘아조우 부대’가 재결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현지시각)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격전이 이어졌던 우크라이나 남동부 거점도시 마리우폴에서 마지막까지 항전하다 지난달 말 러시아에 항복한 아조우 부대가 최근 재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부대의 상당수 대원들이 현재 러시아에 포로로 잡힌 상태지만, 신입 대원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남부 자포리자주 등에서 훈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아조우 부대는 두달 여에 걸친 ‘마리우폴 항전’을 이끈 영웅으로 떠올라 있다.

아조우 부대는 한발 더 나아가 게다가 과거 극우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극단주의자와 관계 없는 신입 지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엘리트 부대로 명성이 높은데다 전쟁에 참가하는 빠른 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키이우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를 연주하던 브랴체슬라프 로디노우(29)는 현재 아조우 부대에서 20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부대장이다. 자포리자에서 동표들과 훈련을 받고 있는 로디노우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러시아의 선전을 믿지 마라”며 “그들은 최대한 아조우를 욕보이려고 하며, 우리를 나치라 부르나, 진짜 나치는 러시아군”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있는 아조우 부대는 러시아의 2014년 3월 크림 반도 합병 이후 동부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들이 내전을 일으키자, 정부를 돕기 위한 신나치 극우 세력들이 결성한 민병대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마리우폴을 반군 세력으로부터 탈환하는 데 큰 공을 세우고 그해 11월 내무부 소속의 정식 군사경찰 조직으로 편성됐다.

아조우 부대의 새로운 문장. 나치가 사용하던 볼프스앙걸(오른쪽 아래 사진의 플래카드에 적힌 N과 I를 문양) 문양을 폐기하고, 삼지창을 상징으로 한 문장을 채택했다.
아조우 부대의 새로운 문장. 나치가 사용하던 볼프스앙걸(오른쪽 아래 사진의 플래카드에 적힌 N과 I를 문양) 문양을 폐기하고, 삼지창을 상징으로 한 문장을 채택했다.

하지만 정식 조직이 된 이후에도 민간인 학대 논란을 불렀다. 미국 정부는 이 조직의 극우 성향을 문제 삼아 2015년 제재를 단행했다가 이듬해 해제했고, 유엔인권사무소는 2016년 보고서에서 이들이 고문이나 민간인 약탈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아조우 부대의 이미지 변신 노력은 부대 마크 변경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더 타임스>는 아조우 부대가 나치 이미지를 덜어내기 위해 옛 나치가 처음 사용하던 ‘볼프스앙걸 문양’(독일에서 사용되던 사냥용 갈고리를 본뜬 모양)의 부대 마크를 폐기하고, 삼지창 모양의 새 마크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조우 부대는 이 볼프스앙걸 문양에 대해 키릴 문자로 아이(I)와 엔(N)을 합친 모양으로 ‘민족의 이념’을 상징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나치가 사용하던 볼프스앙걸 마크를 본 뜬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새로 결성된 아조우 특수부대가 이 마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하르키우의 아조우 특수부대는 마리우폴의 아조우 부대와 별개라고 주장하지만, 신문은 아조우 부대를 새롭게 명명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조우 부대가 나치의 이념을 물려 받은 극우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또 다른 중요 이유는 미국 등 서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이다. 현재 이 부대는 극우 이미지 때문에 서방의 무기 지원이 제한되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 2018년 아조우 부대가 백인우월주의 등에 기반한 테러 단체라며 미국의 무기나 지원 제공을 금지했다.당시 의회의 이 결정을 주도했던 제이슨 크로 민주당 의원은 “현재 아조우 부대원과 극단주의의 연관성을 보여준 어떠한 정보도 알지 못한다”며 “단체들은 변화하고 진화한다. 전쟁은 그 단체를 바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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