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아이들이 13일 러시아군의 포탄을 맞은 학교 앞에 서 있다. 코스탼티니프카/AFP 연합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친러시아 반군이 세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국가로 인정하자, 우크라이나가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이 도네쯔크(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외무상들에게 전날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최선희 외무상은 편지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도네쯔크(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통보했다”며 “자주·평화·친선의 이념에 따라 이 나라들과 국가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의사를 표명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시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두 공화국의 분리 독립과 주권을 인정한 나라가 됐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대표 데니스 푸쉴린도 13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이 오늘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인정했다. 이는 우리 외교의 승리”라며 “돈바스 주민들을 무게 있게 지지해준 북한 국민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은 텔레그램에 신영철 대사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사 올가 마케요바에게 독립 인정서를 전달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누리집에 성명을 내어 “북한의 이번 결정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완결성을 훼손하려는 시도이며 우크라이나 헌법과 유엔 헌장, 국제법의 기본 규범과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다. 외교부는 또 북한의 독립 인정에 대해 “무효이며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아무런 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렉 니콜렌코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는 오늘 북한과 외교 관계를 끊는다”며 “이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러시아가 임시로 점령한 지역의 자칭 ‘독립’을 인정한 결정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2014년 이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을 선언하며 세운 자칭 “공화국”들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이들 나라의 분리독립과 주권을 인정했다. 이어 지난달 말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정권이 이들의 독립을 인정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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