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가진 컨퍼런스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보안책임자와 검찰총장이 17일(현지시각) 러시아 협력자를 방치하는 등 보안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전격 경질됐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오늘 검찰총장 이리나 베네딕토바와 보안청(SBU)의 책임자 이반 바카노프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의 해임은 지난 2월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이뤄진 가장 큰 인사조처다. 그는 이번 해임의 결정에 대해 검찰청와 보안청의 많은 이들이 러시아 협력자로 조사받고 있는 점을 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검사와 수사관 등 법집행기구 인사 651명이 러시아에 협력하고 국가에 반역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60명이 넘는 검찰청과 보안청 소속 인사가 러시아군에 점령된 영토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반역 행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 안보의 기초를 흔드는 범죄가 이처럼 엄청나다”며 “우크라이나의 법집행 기관과 러시아의 특수 정보기구의 확고한 커넥션은 관련 기관 책임자들의 능력과 의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우크라이나 정부 기구에 침투한 많은 러시아 요원들의 활동이 러시아군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큰 도전 과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로이터> 통신이 풀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2014년 3월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의 보안청 책임자를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반역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수집됐고 모든 범죄 행위가 기록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해임된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그동안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혐의 수사를 이끌었으며, 바카노프 보안청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2019년 대통령 취임 직후 임명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 검찰총장에 올렉시 시모넨코를 임명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