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유로 티켓 시행 기간이었던 지난 6월4일 독일 북부 로스토크에서 승객들이 탑승객이 너무 많아 일시 정차한 열차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9유로 티켓으로 여행 다니면서 독일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다.”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에 사는 베티나는 이번 휴가 때 친구와 함께 ‘9유로(약 1만2000원) 티켓’으로 발트해와 요한 볼프강 괴테가 하이킹을 즐겼던 하르츠산에 다녀왔다. 유력 일간지 <타츠>는 9유로 티켓을 사용할 수 있었던 “2022년 여름은 유토피아였다”고 썼다. 9유로 티켓은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9유로짜리 티켓을 사면 티켓 구매 시점부터 한 달 동안 독일 전국 대중교통 상당수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한 달 정기권 판매 행사다. ‘이체’(ICE) 같은 고속열차 등은 이용할 수 없지만 지역 열차를 환승하면, 독일 전국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독일교통기업연합(VDV)에 따르면 3개월 동안 9유로 티켓 5200여만장이 팔렸을 만큼 호응이 폭발적이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신호등 연정’은 9유로 티켓 행사가 지난달 31일로 종료됐지만 폭발적인 호응 때문에 후속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다. 원래 이 행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내놓은 한시적 이벤트였으나, 폭발적 호응 때문에 후속 정책을 이어가자는 의견이 그동안 많았다. 독일 정부는 9유로보다는 가격이 많이 뛴 49유로에서 69유로 사이(6만8000원~9만6000원) 전국 사용 가능 월 정기권을 발매하기로 하고 세부 안을 조율 중이다. 독일 철도 요금제는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며 복잡하기로 악명이 높다. 9유로 티켓이 큰 호응을 받은 이유는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다르고 복잡했던 철도 요금제를 신경 쓰지 않고, 티켓 한장만 있으면 독일 전역을 이동할 수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3차 인플레이션 부담경감 패키지에서 지역 철도를 포함한 대중교통 티켓 등에 15억유로(2조842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재무부 장관인 크리스티안 란트너는 9유로 티켓에 대해 “공짜를 좋아하는 정서”라며 비판하는 등 반대 의견도 여전하다. 란트너는 신호등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보수적 성향의 정당 자유민주당의 대표다. 또한, 대중교통이 열악한 시골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후속 정책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중 교통 이용 활성화로 인한 탄소 배출 저감 효과와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 등을 이유로 든다. 독일교통기업연합(VDV)은 9유로 티켓 3개월 시행 기간 동안 180만t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었다고 추정했다. <타츠>도 지금까지는 중산층이나 이용할 수 있었던 철도를 취약 계층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이동의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논평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베를린시는 9유로 티켓의 후속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까지 시간을 고려해, 다음달부터 12월까지 베를린 대중교통에 한해 29유로 티켓을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베를린의 경우 대중교통 연간 회원권 가격을 월단위로 나누면 1달에 대략 61유로(8만5000원)가량에서 시작한다.
한주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