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주민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키이우 외곽의 도시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마을을 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민간인 사상자가 최소 2만129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어린이는 1441명이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21일(현지시각) 전쟁 발발 뒤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이 최소 8006명 사망하고 1만3287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 통계는 인권고등판무관실이 직접 확인한 개별 사례만 반영한 것이라 실제 사상자 수는 훨씬 더 많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민간인 피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에너지 기반시설을 타격해 시민들은 겨울철 전기와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투르크 판무관은 “약 1800만명이 인도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1400만명이 피란민이 됐다”고 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누리집 화면 갈무리
인권고등판무관실이 낸 통계를 보면,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는 최소한 487명이다. 954명은 부상을 당했다. 사상자 중 성별이 확인된 성인 10명 가운데 남성(61.1%)은 6명, 여성(39.9%)은 4명이다. 민간인 사상자의 약 90.3%는 포탄, 순항·탄도 미사일, 공습 등 때문에 목숨을 잃고 다쳤다. 지뢰 등으로 인해 사망(219명)하고, 부상(413명)한 이들도 632명이나 된다.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같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도 민간인 사상자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확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르키우에 사는 67살 여성 올하는 전쟁 시작 다음 날 우유를 사러 가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올하의 지인이 그를 발견해 현지 모니터링 요원에게 증언했다. 헤르손에 사는 60대 남성 세르히의 여섯 살짜리 손녀는 러시아군 포격으로 다리 잃었다. 투르크 판무관은 “피해자들이 공식적인 법적 절차,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배상금과 이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은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더 큰 고통을 안기고 있다. 어린이는 학교가 러시아군 공격 피해를 입어 교육을 받지 못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시민들이 지하실이나 방공호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투르크 판무관은 “아주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영향을 받았다”며 “분쟁 지역에 남은 사람 대부분은 위험한 지역을 떠나길 꺼리거나 떠날 수 없는 노년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림반도에서도 사상자 발생 보고가 들어왔다. 인권고등판무관실은 이 지역에서 6명이 사망, 15명이 부상한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 영토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상자도 160명가량 되는 거로 보인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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