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2월17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스푸트니크 로이터 연합뉴스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전술핵을 반입해 배치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벨라루스 외교부는 2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전술핵이 미국 등 서방의 압박을 막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벨라루스 공화국은 미국, 영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부터 전례 없는 정치·경제·정보의 압력을 받았다”며 “이런 환경에서 제기되는 국가 안보에 대한 적법한 우려와 위험 때문에 벨라루스는 안보와 국방 능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선 25일 러시아의 전술핵을 벨라루스에 배치할 계획이라며 7월1일까지 벨라루스에 핵무기 보관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1991년 옛소련 해체 이후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 배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성명은 러시아가 밝힌 전술핵 배치 계획에 대한 벨라루스 정부의 첫 공식 반응이다.
벨라루스는 자국에 배치될 핵무기의 통제권이 러시아에 있기 때문에 국제협약을 어기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핵을 실어 나를 벨라루스 조종사의 훈련, 이에 쓰이는 항공기의 현대화, 핵무기의 벨라루스 영토 배치가 벨라루스에게 핵무기 통제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핵기술 접근권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핵확산조약(NPT)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강력한 제재를 경고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 러시아의 행보는 추가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에 대해서는 훨씬 더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독재권력을 행사해온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직후 대규모 부정선거 시위를 겪은 뒤 지속적으로 서방이 자신을 몰아내려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때 러시아군이 직접 수도 키이우를 노릴 수 있도록 진격로를 제공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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