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달 27일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반격 공세를 공식화 이후 처음으로 마을 3곳을 탈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11일 동부 전선인 도네츠크 지역의 블라호다트네와 네스쿠츠네를 되찾은 뒤 축하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한나 말랴르 국방차관은 텔레그램에서 마카리우카 마을을 되찾았다고도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인 10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반격 공세가 시작됐다고 처음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튿날 첫 성과 발표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거뒀다는 전과가 아직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는 마을들이 러시아군 최전선 방어선 너머에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최전선 방어선을 뚫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뉴욕타임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당국자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공세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주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 블로거 등이 올린 사진과 영상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검증해보니 우크라이나군이 최소 독일제 레오파트2 탱크 3대,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 8대 등 서방이 제공한 무기 상당수를 잃어버리거나 파괴당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오랫동안 예고해온 이번 대반격을 통해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연결하는 육로회랑을 단절시켜, 크림반도를 고립시키는 것을 최대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만약 이것이 우크라이나군 대반격의 목적이라면 우크라이나군이 아조우해까지 진격해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이나 그 이남의 중소 도시들을 점령해도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의 탈환은 상징적 효과가 크고, 자포리자 이남 도시를 점령하면 크림반도를 중거리 정밀무기로 위협할 수 있다. 서방 군사 당국은 우크라이나군 점령지 탈환도 중요하지만 러시아군에 피해를 주고 탈환 지역을 지켜내는 것이 이번 반격공세의 성과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서방은 이번 반격을 우크라이나군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전술로 싸우는 현대적 군으로 재탄생시키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방 무기와 전술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피해를 주고 러시아군을 충분히 막아내는 것을 보여준다면, 향후 우크라이나 안보 및 러시아와의 협상으로 가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등 나토 국가들은 탱크·대포·전투기·보병 사이의 항시적인 소통 시스템이 작동하는 복잡한 전투 형태인 통합무기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3만명의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하고, 이번 반격 공세에 투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공세에서 잠재력을 보여주고 그 이후엔 서방의 지원과 안보보장이 뒤따른다면, 러시아도 계산을 달리할 것으로 서방은 기대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반격 공세가 전선을 바꾸지 못하고 중요 도시도 탈환하지 못한다면, 서방의 분위기는 회의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