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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맥주가 싱거워지고 있다. 맥주 업계에 ‘드링크플레이션’(Drinkflation)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링크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때 기업들이 상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크기‧용량 등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음료 버전이다.
<시엔엔>(CNN)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영국 맥주에 ‘드링크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양조업체이자 펍 체인인 그린 킹 관계자는 <시엔엔>에 인기 맥주인 올드 스펙클드 헨 페일 에일의 알코올 도수를 5%에서 4.8%로 낮췄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영국에서 오래된 양조업체인 셰퍼드 니임의 병맥주 스핏파이어, 비숍스 핑거 에일의 알코올 도수가 각각 4.5%에서 4.2%, 5.4%에서 5.2%로 낮아졌다고 <시엔엔>이 보도했다. 네덜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도 지난 1월 영국에서 판매하는 포스터스 맥주의 알코올 함량을 4%에서 3.7%로 낮췄다고 한다.
하이네켄 관계자는 <시엔엔>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균형 잡힌 생활방식을 위해 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제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경에는 비용 절감이 있다.
맥주량을 줄이지 않는 대신 알코올 도수를 낮춰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영국 법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음료에 세금을 덜 부과한다고 한다.
<시엔엔>은 영국법에 따라 양조업자는 알코올 함량이 낮은 음료에 대해 세금을 덜 내기 때문에 그 절감액이 가격 인상 압박을 흡수한다고 전했다. 그린 킹 관계자는 <시엔엔>에 “(드링크플레이션은) 맥주 맛에 눈에 띄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세금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양조업계가 이런 전략을 택한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그린 킹 관계자는 <시엔엔>에 “수년간 이어진 원자재, 포장 비용 및 에너지 가격에 대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고자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고 말했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8.7%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11.1%로 41년 만에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