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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젤렌스키 “부패=반역죄” 극약처방…우크라 ‘비리와의 전쟁’

등록 2023-09-06 04:00수정 2023-09-06 09:29

전쟁 이끌어온 국방장관 경질
사법부·행정부부터 경제계까지
만연한 ‘고질적 부패’에 강경대응
우크라이나 신임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루스템 우메로우 국유자산기금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신임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루스템 우메로우 국유자산기금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6월 초 시작된 ‘대반격’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는 가운데, 개전 이후 줄곧 자리를 지켜온 국방장관의 전격 해임 소식이 전해지며 이 나라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가 다시 한번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4일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의 경질 소식을 전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뿐 아니라 만연한 부패 척결이라는 과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2월 말 개전 뒤 우크라이나군을 이끌어온 레즈니코우 장관이 지금까지 드러난 각종 군납 비리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3일 그의 해임 소식을 전하며 국방부에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자, 이튿날 아침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쟁 내내 레즈니코우 장관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 무기 지원을 설득하는 일을 도맡아왔다. 하지만 군과 관련한 각종 납품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으며 조직 관리에 실패했다는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최고 부호인 이호르 콜로모이스키(60)가 2일 체포된 것 역시 부패 문제를 해결하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정권과 밀착한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재벌)인 콜로모이스키는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지원한 인물로 사기와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지금껏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올 한해만 9억8천만달러(약 1조3천억원)어치의 무기가 계약서에 명시된 인도 날짜를 지키지 못했다. 또 무기 구입을 위한 선납금 가운데 일부가 중개인의 국외 계좌로 사라졌다. 아직 정확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방부 조달 담당 공무원이 공급업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거나 중개인이 무기를 납품하지 않고 돈을 빼돌리도록 묵인했다는 의혹이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식량과 겨울 외투 등 기본적인 군 보급품의 납품가가 시장 가격보다 너무 비싸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지난겨울엔 국방부가 군용 달걀을 비싸게 구매했다는 폭로가 나온 뒤 국방차관과 조달 책임자가 체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징병당국이 병역 회피자한테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역 징병 책임자들을 일괄 해임했다. 비리 의혹은 국방부와 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월엔 우크라이나 대법원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고, 경제부 차관이 인도지원 기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각종 부패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전쟁 첫해엔 러시아와 맞서 싸우려는 정부를 중심으로 온 국가가 결집했지만, 여러 의혹이 공개되면서 중요한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방 국가들에서도 부패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6월 초 국가의 명운을 건 대반격이 시작되며 부패와의 싸움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부패를 반역죄로 처벌하기 위해 계엄령을 사용하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인 보안국(SBU)이 공직자 부패를 조사할 수 있게 되지만, 검찰·법원 등 정상적인 국가 기구의 역할이 약화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안드리 보로비크 우크라이나 국제투명성기구 이사는 고위급 부패 사건이 공개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는 물론 부패와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전쟁은 부패와의 전쟁을 멈추기 위한 핑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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