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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헌법위, 고용 관계법 ‘합헌’ 판결…노동계 강력 반발

등록 2006-03-31 07:12수정 2006-03-31 07:52

학생과 노동계의 잇단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프랑스의 새 고용 관계법이 30일 헌법위원회에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에따라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31일 저녁 입장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새 법의 핵심인 최초고용계약(CPE)을 둘러싼 정부와 학생.노동계의 대립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된 헌법위는 사회당등 야권이 제기한 위헌 소송을 각하해 우파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다수 구성원이 우파로 구성된 헌법위의 소송 각하는 이미 예견돼 왔다.

헌법위는 청년고용 증진을 위한 특별 조치가 헌법에 허용되고, CPE는 헌법에 명문화된 노동권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판결로 시라크 대통령이 새 법에 서명하고 공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그대로 공포할지 아니면 다른 유화책을 쓸지 어려운 판단을 앞에 두고 있다.

헌법위 판결 뒤 학생들과 노동계, 야권은 '시위를 부르는 결정'으로 비난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 시라크 대통령의 선택 방안들 = 헌법위의 CPE 합헌 판결로 시라크 대통령이 9일 이내에 새 법을 서명.공포할 수 있게 됐다.

의회내 여권 소식통들은 대통령이 이르면 31일 새 법에 서명할 것으로 예측했다. AFP 통신도 대통령의 서명.공포를 예상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그러면서 1968년 5월 시위 사태 때의 해결책과 비슷한 고위급 협상 제의로 유화책을 시도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시라크 대통령이 직권으로 법안을 의회로 돌려 보내 재심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CPE를 주도한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의 퇴진 가능성이 커진다.

헌법위 발표 직후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31일 TV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되는 성명 발표에서 수습 방안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CPE가 핵심인 기회균등에 관한 법은 지난 9일 의회에서 채택돼 대통령의 서명, 공포 과정을 남겨놓고 있다.

학생들과 노동계는 CPE 철회를 요구하며 잇따라 파업과 시위를 벌이면서 빌팽 총리 정부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시라크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빌팽 총리는 CPE를 시행하되 보완 방안을 논의하자고 버텨왔다.

◇ 학생.노동계.야권 강력 반발 = 최대 학생 조직인 UNEF의 브뤼노 쥘리아르 회장은 프랑스 2 TV와 회견에서 시라크 대통령이 CPE가 포함된 기회균등법을 공포하면 시위대를 멸시하는 조치이자 무책임한 태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쥘리아르 회장은 CPE를 먼저 철회해야만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거대 노조인 CFE와 CGS는 헌법위 발표 직후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시위를 부르는 조치라고 비판하면서 CPE 조항을 삭제한 새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라고 대통령에 요구했다.

CGT의 베르나르 티보 위원장은 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는 시라크 대통령에 대해 법을 공포하지 말고 의회로 되돌려 보내라고 촉구했다.

사회당의 아르노 몽트부르 의원은 맹목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체제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논란의 핵심 CPE = CPE는 고용주가 26세 미만 사원을 채용한 이후 최초 2년 동안은 사유 설명 없이도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프랑스 전통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시켜 고용주의 신규채용을 장려하고 청년 실업자의 취업 기회를 높여 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노동계와 학생은 고용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특히 학생들 은 자신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양측의 논쟁은 또 큰 틀에서 프랑스식 사회모델과 영.미식 모델의 충돌로 해석되며 논쟁을 낳고 있다.

영.미쪽 언론과 프랑스의 우파 진영은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해야만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프랑스의 좌파 진영은 무한경쟁 체제가 초래할 근로자 권익 훼손과 고용주들의 전횡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우리는 일회용 휴지가 아니다. 사장의 그날 기분에 따라 해고될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프랑스의 저항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야권은 CPE가 절차및 내용 면에서 헌법 정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심판을 청구했다.

중요 법안을 채택하면서 최고 행정법원인 참사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과 법안이 청년을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위헌 요소로 주장됐다.

◇ 학생들, 철도.도로 봉쇄 시위 = 헌법위의 판결에 앞서 대학생과 고교생들은 파리와 지방 주요 도시들의 기차역과 간선도로를 봉쇄하며 격렬한 CPE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2천여명의 학생이 파리 시내 리옹역에 진입해 철로를 막아 열차 운 행이 한때 전면 중단됐다.

샤틀레 광장에 모여 리옹역으로 이동한 학생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역내 TGV (초고속열차) 승강장으로 진입했다. 리옹 역은 남부 지역으로 가는 TGV의 출발지점 이다.

남부 마르세유에서는 학생 300여명이 생-샤를르 기차역에 진입해 아침 한때 열차 통행을 중단시켰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학생들을 해산시켰다.

서부 도시 낭트와 렌에서도 이날 아침 도심과 외곽 순환도로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또 렌 인근의 철로가 한때 봉쇄돼 열차 수십편의 운행이 지체됐다.

릴과 됭케르크에서도 시위대로 인해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전국학생연합은 지난 주말 회동에서 정부가 CPE를 철회하지 않으면 30일 철로와 기차역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었다.

학생과 노동계가 4월 4일에도 전국적으로 파업과 시위를 벌이기로 한만큼 대통 령의 입장 발표가 어떤 내용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시라크.빌팽 지지도 지속 하락 = CPE 파동의 와중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빌팽 총리의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4월 1일 발행되는 르 피가로 마가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라크의 지지도가 20%로 추락했다.

전월에 비해 3%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 주간지는 논평에서 세계적으로 국가원수의 지지도가 이처럼 낮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빌팽 총리의 지지도도 전월에 비해 5% 포인트 하락한 29%로 떨어졌다. 지난해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여권내 빌팽의 대권 라이벌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지지도는 4% 포인트 오른 48%를 기록했다.

이번 사태로 빌팽 총리가 인심을 잃으면서 사르코지 장관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다.

시라크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후계자로 여겨지는 빌팽 총리는 이번 사태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실업 해소를 통한 고지 선점이라는 전략으로 CPE를 밀어 붙였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빌팽 총리가 "CPE를 철회할 경우 총리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통보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leess@yna.co.kr

이성섭 특파원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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