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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자들, 이혼율 급감
이탈리아 남자들, 이혼율 급감
“지금은 어떤 것에도 쓸 돈이 없어요. 여자한테도 마찬가지에요. 카사노바 시절은 끝났습니다. 여자 딱 한명을 사귀는 데도 너무 돈이 많이 들어요.”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최근 한 이탈리아 남자의 ‘한탄’을 전하면서, “경제위기가 이탈리아 남자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남자는 여자한테 구애할 때 정성과 관심은 물론 금전적 부담을 쏟아붓기로 유명하다. 또 결혼하고도 몰래 바람을 피우거나 여러 명의 여자친구를 사귀는 바람둥이 성향이 짙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깊은 불황은 이들의 연애 풍속도를 바꿨다. 실업률이 12%를 웃돌고 생활물가가 치솟는 상황이다 보니,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이탈리아 남자들이 연애 본능마저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당장 이혼율 급감으로 나타났다. <비비시>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래 이혼이 35%나 줄었다”면서 “이는 바람둥이들이 결혼에 모든 것을 걸기 때문이 아니라 딴짓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혼외관계에는 비용이 꽤나 드는데 이탈리아 남자는 더이상 금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내가 아닌 애인한테 비싼 모피와 보석을 사주고 집을 얻어주는 것은 역사속 유물로 사라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탈리아 잡지 <파노라마>의 테리 마로코 기자는 이런 세태에 대해 “요즘 누가 이중 생활을 할 돈이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두번의 크리스마스, 두 채의 아파트, 두 차례의 저녁 식사, 두 차례의 휴가는 요즘 불가능하다”면서 “이탈리아 남자는 돈이 쪼들려서 예전과 달리 여성한테 데이트 비용을 나눠내자고 부탁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온라인 데이트 회사는 이탈리아 남자는 경제위기 이전엔 여성한테 와인과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꽃을 사주는 등 데이트 절차가 길었지만, 요즘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경항이 생겼다고 꼬집었다.
이탈리아 이혼변호사 협회가 이탈리아 내 “불륜의 수도”라고 말하는 밀라노 지역의 세태도 크게 바뀌었다. 밀라노 호텔들은 짧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숙박업소를 찾는 남녀 커플들로 붐볐는데, 경제위기 이후 이같은 ‘런치 비지트’(lunch visit) 영업이 거의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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