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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브렉시트 구원투수 나선 ‘제2의 철의 여인’ 영국 보수당 테리사 메이

등록 2016-07-06 20:48수정 2016-07-06 22:10

영국 보수당 경선서 차기총리 예약한 테리사 메이

EU 잔류파면서도 현실주의적 태도
보수당 하원 1차 투표에서 절반 얻어
대처 이후 20년만에 여성 총리 가능성

첫 여성의장…최장수 내무장관
이민자·안보 부문엔 강경보수
5일(현지시각) 영국 보수당 당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이날 런던에서 각료회의를 마친 뒤 다우닝 10번가를 나서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영국 보수당 당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이날 런던에서 각료회의를 마친 뒤 다우닝 10번가를 나서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는 (총리로서는) 나쁘다. 하지만 보수당의 다른 후보들은 더 나쁘다.”

영국의 저명 정치 칼럼니스트 라파엘 베어는 6일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테리사 메이(59)에게 병도 주고 약도 줬다. 그는 영국의 차기 총리를 맡을 보수당 대표 경선에 나선 테리사 메이(내무장관), 앤드리아 레드섬(에너지장관), 마이클 고브(법무장관) 등 3명의 유력 정치인에 대해 “어느 누구도 내키지 않지만 그나마 내무장관이 나아 보인다”고 촌평했다. “지금으로선 보수당이 냉철하면서도 실용주의적이고 양보와 타협을 아는 메이 후보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인 길”이라는 주장이다.

정치 경력 20년째인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정국’을 이끌어갈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5일 보수당 하원의원 1차 투표에서 메이는 전체 330명 중 절반인 165표를 얻어, 레드섬(66표)과 고브(48표)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차지했다고 현지 외신들이 전했다. 보수당 하원은 7일 2차 의원투표에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 뒤, 새달 8일까지 한 달 동안 당원 15만명이 참여하는 우편투표로 차기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메이는 1차 의원투표 승리 연설에서 “우리 앞에는 당과 나라의 단합, 최대한 유리한 브렉시트 협상, 모두를 위한 국가 운영이라는 큰 과제들이 있다”며 “이 세 가지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바로 나라는 게 분명해졌다”고 기염을 토했다. 앞서 지난 3일 영국 대중지 <더 선>이 당시 5명의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수당원 여론조사에서도 메이 장관은 60%의 지지를 얻어 나머지 후보들을 압도했다. 새달 9일 보수당 대표 선출 발표와 함께 확정될 영국의 차기 총리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셈이다.

메이가 보수당 대표로 선출되면, 영국에선 1990년 퇴임한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한때 독일에선 2005년부터 내리 3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1980년대를 풍미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에 비유하는 게 유행이었다. 언제부턴가 독일에서 그런 비유가 사라진 대신, 이번엔 영국의 테리사 메이가 ‘앙겔라 메르켈의 복제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정치평론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독일 일간 <디 벨트>는 “영국의 메이 장관이 메르켈 독일 총리,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수석장관과 함께 새로운 ‘여성주의 정치’(페모크라티)를 대변하면서 남성 정치인들이 만들어놓은 혼란을 청소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 장관은 지난달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쪽에 섰지만, 실제 행보에선 철저히 현실주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투표 캠페인에 소극적이었으며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달 30일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며, 향후 유럽연합 잔류 운동이나 재투표, 뒷문을 통한 유럽연합 재가입 시도는 없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총리가 된다면 (유럽연합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올해 말까지는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탈퇴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이는 2014년 영국경찰연맹 총회에 참석해 “부패 문제는 썩은 사과 몇 알이 문제가 아니라 전체 조직의 문제”라며 경찰 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해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주와 안보 부문에선 상당히 강경한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5일치 <데일리 메일> 기고에서 최근 몇년새 러시아의 안보 위협과 북한 핵실험을 언급하며 “핵 억지력에 관한 한 국익은 명백하다. 올여름 (노후된) 트라이던트 핵잠수함이 퇴역하기 전에 의회 의결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차세대 핵잠수함을 건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국의 이민자 수용 규모를 연간 10만명 이내로 제한하고 유럽인들의 자유이동을 억제하는 국경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이는 1956년 영국 남부 이스트본에서 성공회 신부의 딸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공부했으며, 졸업 뒤에는 영국 중앙은행과 금융결제기관에서 일하며 경제감각을 익혔다. 41살 때인 1997년 총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발을 디뎠다. 1999년에는 야당이던 보수당의 예비내각에서 문화·교육을 담당했으며, 2002년 영국 보수당 사상 최초의 여성 당의장으로 지명됐다. 정계 입문 5년 만에 영국 보수당의 최고위직 그룹에 오를 만큼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마침 그해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메이 의원은 보수당의 개혁을 촉구하면서 “보수당 의원들이 형편없는 정당의 조직원들처럼 보인다”고 독설을 퍼부어 대회장을 한바탕 뒤집어놓기도 했다. 메이는 2010년 보수당 집권으로 입각해 지금까지 최장수 내무장관으로 재임 중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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