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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노 딜 브렉시트’ 공포, 유럽을 흔든다

등록 2019-01-16 21:18수정 2019-01-17 00:48

[뉴스분석]혼돈의 영국, 어디로
노동당 “불신임 추진”…메이 “브렉시트 완수”
EU “영국이 원하는 게 뭐냐…문 열려 있다”
“‘노 딜’은 재앙”…브렉시트 연기·재협상 관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5일(현지시각)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가 부결된 직후 “브렉시트를 완수하는 게 나의 의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5일(현지시각)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가 부결된 직후 “브렉시트를 완수하는 게 나의 의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앞길은 더 깜깜해졌고, 균열은 더 깊어졌다.

15일 밤(현지시각)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 반대 432표라는 압도적 차이로 부결했다. 당장 10주 뒤(3월29일)의 브렉시트 발효일을 코앞에 두고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 방식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영국 정부의 안이 의회에서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되면서, ‘노 딜 브렉시트’ 공포가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에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발효일(3월29일)을 불과 10주 앞두고 사상 최대 표차로 정부 안을 부결시켜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역사적 패배를 안겼다. 야당인 노동당은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테리사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부결된 직후 성명에서 “하원이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졌다. 하지만 오늘 밤 투표(결과)가 무엇을 지지하는지에 대해선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며 “정부는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선택한) 국민의 지시를 이행하는 게 나의 의무라고 믿고, 그럴 의향이 있다”며 스스로 물러나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메이 총리는 오는 21일 의회에 기존 합의안을 손질한 ‘플랜 비(B)'를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2년 반을 끌고도 최종 타결되지 않은 해법이 단기간에 도출되기는 어렵다. 부결 직후 영국 분위기가 이를 대변한다. 보수당 강경파를 이끄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지지 의원들과 샴페인 파티를 했다. 합의안을 부결시켜 영국을 유럽연합에 남기고 싶은 이들도 의사당 밖에서 환호했다. 보수당 강경파는 더 확실한 결별을 원해 반대표를 던졌고, 노동당은 브렉시트를 번복하는 제2 국민투표까지 염두에 두고 반대표를 던진 동상이몽 상황이다.

그러나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제1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16일 저녁(한국시각 17일 새벽)에 치러질 의회 표결이 통과되면 그로부터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 정부 불신임안은 전체의원 650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집권 보수당 의원들이 정권 교체의 부담을 무릅쓰고 불신임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영국 언론들의 표현대로 “바람 앞 등불”, “좀비 총리” 가 되어버린 처지에서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브렉시트 난국을 돌파하리란 기대도 크지 않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며칠 안에 벨기에 브뤼셀로 날아가 유럽연합 상임의장과 집행위원장을 만날 계획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16일(현지시각) <가디언>과 <더 타임스> 등 영국 신문들은 전날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결과를 일제히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습. 신문들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역사적 패배 당하다" 등 표현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런던/AF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가디언>과 <더 타임스> 등 영국 신문들은 전날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결과를 일제히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습. 신문들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역사적 패배 당하다" 등 표현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런던/AFP 연합뉴스
핵심은 북아일랜드 문제다. 합의안에는 영국 영토이면서도 아일랜드와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신교-구교, 영국 잔류파-독립파의 분쟁 재발을 막으려고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 조항이 들어갔다. 2020년 말까지로 지정한 과도기 안에 양쪽이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자유 무역과 자유 왕래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과도기 안에 국경·통관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 영국 전체도 당분간 유럽 단일시장에 남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에 브렉시트 강경파는 ‘계속 유럽연합의 지배를 받자는 거냐’ ‘과도기가 지나고 영국 본토만 유럽연합과 결별하면 북아일랜드의 영토적 통합성이 깨진다’며 격렬히 반대한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발효일을 미루고 재협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럽연합은 7월까지 여유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장 차이가 좁혀지기는 쉽지 않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기존 합의가 “영국의 질서 있는 철수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안이었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일한 긍정적 해결책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최종적으로 지닌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제2 국민투표로 잔류를 선택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강경파의 수장인 존슨 전 장관은 “(영국 정부는) 브뤼셀로 돌아가 북아일랜드 백스톱이 없는 더 좋은 안을 협상할 막대한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은 ‘돌아오라’고 하고, 영국 강경파는 ‘더 확실히 헤어지자’는 것이다.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한 다음날인 16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회의장에서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의 테이블에 유럽연합 깃발이 놓여있다. 스트라스부르/EPA 연합뉴스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한 다음날인 16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회의장에서 의원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의 테이블에 유럽연합 깃발이 놓여있다. 스트라스부르/EPA 연합뉴스

최악은 3월29일에 영국이 유럽연합과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 딜 브렉시트’다.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는 장벽이 쳐진다면 무역이 갑자기 중단되고,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올 수 있다. 한국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유지되지만 영국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영국에 파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자동차 부품 등에 1.7~10%의 관세가 붙게 된다. 지난해 한-영 교역액은 131억7천만달러(약 14조7천억원)다.

영국 정부가 의회가 동의하는 수정안을 마련해 유럽연합과 재협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 엄격한 브렉시트를 원하는 보수당 강경파와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노동당이 맞서고 있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묘안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유럽연합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면서도 브렉시트 발효일을 오는 7월말로 연장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부 불신임에 이은 조기 총선과 국민투표 재실시 방안도 있다. 그러나 집권 보수당은 노동당에 정권을 넘겨줄 순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2의 국민투표도 기존의 국민투표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큰데다 시한이 촉박해, 당장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일준 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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