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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물가와의 전쟁’…저소득층 체감 물가는 더 혹독

등록 2022-09-10 13:06수정 2022-09-10 16:23

아르헨티나 71%, 스리랑카 61%
저성장 국가 타격…수치에 의문도
인플레이션 정점 두고 ‘갑론을박’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7% 올랐다.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6%로 출발해 7월에는 약 24년 만에 최고 수준인 6.3%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는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도 최근 높은 물가로 씨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로 경기 부양을 위해 노력했던 각국 정부는 이제 돈줄을 죄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통계에 따르면 7월 오이시디 물가 상승률은 10.2%를 기록했다. 오이시디 물가 역시 올해 1월 7.2%에서 출발해 꾸준히 올랐다. 다만 7월 기준으로는 전달(10.3%)보다 소폭 감소했다.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단연 튀르키예(터키)다. 한국의 열 배가 넘는 물가상승률 수치다.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거꾸로 가는’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잡기는커녕 부채질하면서 4월부터 물가상승률이 70%를 넘어섰고 8월에는 80.2%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에스토니아가 22.9%, 리투아니아가 21.6%, 라트비아가 21.5%(7월 기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언급된 국가들 모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지만, 오이시디 밖은 더욱 가혹하다. 글로벌 경제 둔화가 상대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한 선진국보다 위기에 취약한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을 향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주요 20개국(G20)에는 포함되지만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아르헨티나의 7월 물가상승률은 71.0%로 높은 수준이었다. 경제위기가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지며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게 된 스리랑카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60.8%였다. 비슷한 상황인 파키스탄의 물가상승률도 50%에 육박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많은 신흥시장에서는 달러 조달 비용이 오르고 채무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정부의 연료 가격 인상 결정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AF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정부의 연료 가격 인상 결정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자카르타/AFP 연합뉴스

물가가 전 세계 소비자들의 화두가 되면서 일각에선 공식 물가상승률 수치의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튀르키예는 8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물가상승률은 그보다 훨씬 높다는 분석이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5일(현지시각) “독립적인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다고 말한다. 민간 조사에서는 지난달 인플레이션을 181%로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인플레이션에 따른 영향이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만큼 소득에 따른 수치를 집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쿼츠>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소득 집단에 따라서 보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고 5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물가지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경제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상위 20%의 1.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의 끝은 언제쯤일까. 지난달부터 인플레이션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둔화한 데 이어 7월 수입물가가 하락하면서 경제가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찍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오이시디 국가의 물가상승률도 올해 들어 6월까지는 꾸준히 오르다가 7월에 소폭 하락했다. 다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7월 인플레이션이 둔화한 것은 환영하지만 단 한 번의 개선으로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엔 부족하다”라고 말하며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을 예고한 만큼 전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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