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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리면 뭐하나…중앙은행과 거꾸로 가는 각국 재정정책

등록 2022-10-02 14:20수정 2022-10-03 02:44

미국 달러화.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달러화. 로이터 연합뉴스

달러화 초강세와 세계적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 깔린 정부 정책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통화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규모 감세안을 내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면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대부분 금리인상 기조를 택하고 있다. 반면 감세정책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의 정책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의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파운드화 가치 폭락을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국채시장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금리가 치솟자 잉글랜드은행은 지난달 28일 장기국채를 2주간 임시로 매입하는 깜짝 시장개입을 발표했다. 급한 불씨는 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기는 했지만 투자자와 경제학자들은 피해가 얼마나 깊고 넓게 퍼졌는지, 중앙은행의 노력이 상황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한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인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인도 정부는 저소득층 대상 무료 식량 배급 프로그램을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지난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인도 정부는 “프로그램을 3개월 연장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식량을 쉽게 구하는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프로그램 연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구자라트와 히마찰프라데시 지역에서 올해 말까지 선거를 앞둔 가운데 이번 연장 결정이 나왔다”며 “이들 지역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신흥 지역정당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구자라트주는 모디 총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이번 결정은 인도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인도법인의 이코노미스트 아디티 나야르는 “프로그램 연장에 따라 재정적자가 예산 수준을 초과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들어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정부의 식량 배급 프로그램 연장은 통화정책과도 결을 함께 하지 않는다.

영국 파운드화.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파운드화.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8일 국제결제은행(BIS)의 클라우디오 보리오 통화경제국장은 ‘통화정책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의 콘퍼런스 발표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중앙은행의 주요 임무지만,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정부 입장에선 인플레이션이 국가부채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이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과거에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도록 도움을 줬던 요인들도 이제 역풍으로 바뀔 수 있다”며 “정치 환경이 국제적 협력을 덜 지지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고 포퓰리즘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리 역주행’ 중인 튀르키예(터키)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위협이 이미 현실화된 국가다. 튀르키예는 올해 들어 두 번이나 금리를 내렸다. 금리인하가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굳건한 믿음이 작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기도 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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