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 알약 ‘팍스로비드’. AFP 연합뉴스
2년 가까이 계속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산이 기로에 접어들지 주목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2일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승인했다. 식품의약국은 팍스로비드를 가정용으로 긴급 사용할 수 있다고 허가했다.
팍스로비드의 승인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중대한 기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제약사인 머크가 개발한 먹는 치료제도 곧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나,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이 경미하고 효과가 우수하며 코로나19 입원 환자와 사망자를 90% 줄이는 임상 시험 결과가 나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화이자가 식품의약국에 제출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2250명의 치료 대상 환자 중 입원과 사망률을 89% 줄였다. 이들 환자들은 경미한 코로나19 증세가 3일 내로 지속된 이들이다. 이 약을 먹은 1% 이하의 환자가 입원했고, 30일의 임상시험 기간 사망자는 없었다. 이 약을 먹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6.5%가 입원했고, 그중에서 9명이 사망했다.
미국 뉴욕의 병원인 마요 클리닉의 그레고리 폴란드 박사는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낮고, 먹을 수 있다”며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약이 “코로나19 만연에서 벗어나는 우리의 길을 향하는 중대한 발걸음”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식품의약국은 팍스로비드는 12살 이상에게 복용하도록 허가했다. 입원할 위험성이 큰 초기 증세를 보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비만이거나 심장병이 있는 사람도 복용할 수 있다. 신장이나 간에 심각한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12살 이하 어린이가 복용하려면 40kg 이상이 돼야 한다.
팍스로비드는 우세종화하는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팍스로비드는 5일 동안 12시간마다 복용해야 하며 30알이 치료 코스이다. 코스당 가격은 530달러(63만원)이다.
화이자는 현재 18만코스가 가용하다고 밝혔다. 이 중 6만~7만 코스가 미국에 할당된다. 화이자는 내년 1월말이면 25만코스가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1억2천만 코스까지 확대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1천만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팍스로비드를 구매하기로 하고, 이를 환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 약의 초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약 처방을 받을 기회가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환자들이 증세를 파악하고 의사 처방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에 증세가 악화되면 약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오미크론의 증세가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는 예비조사가 영국과 남아공에서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이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입원치료 비율이 30~70% 가량 떨어진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비비시>에 따르면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실시된 연구에서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환자들을 비교한 결과, 델타 환자에서는 47명이 입원한 데 비해 오미크론 환자에서는 15명만이 입원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오미크론 환자의 입원치료율이 약 3분의 2 정도 떨어진다면서도, 연구 사례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고위험 노령 환자도 연구 대상에서 소수였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남아공의 조사에서도 오미크론 환자들에서는 입원 치료률이 70~80%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증세가 약하다고 해도 전염력이 높고 확산세가 빨라서 결과적으로 입원 환자 수는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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