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시민들이 12일(현지시각) 수도 키예프에서 전쟁 반대를 외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 위험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12일 대규모 전쟁 반대 시위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이날 수천명의 시민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소중한 자유를 위해 우리의 영혼과 몸을 바치겠다”는 내용의 국가를 부르며 행진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우크라이나인들은 저항할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 중에는 “전쟁은 답이 아니다”라고 적힌 팻말이나 저항을 촉구하는 팻말을 든 이들도 보였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 마리아 셰르벤코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공포에 떠는 건 소용없다”며 “우리는 단결해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 두 명과 시위에 함께 행진에 참여한 나자르 노보셀스키도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일부는 “침략자들은 멸망할 것이다”라고 외쳤고, 많은 시위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지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70대의 한 시위대는 “나토 즉각 가입”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나왔고, 60대의 의사인 나탈리아 사보스티코바는 “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철수를 지시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남부 지역의 경찰 훈련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적들의 가장 친한 친구는 공포”라며 “공포를 조장하는 온갖 이야기들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100%라는 추가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언제든지 침공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모든 위험을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레크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과 발레리 잘루시니 군 총사령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침략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어느 도시도 점령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우리는 키예프 방위를 강화하고 있으며 전쟁 가능성을 검토하고 적절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정보 기관과 군이 국경을 통제하고 있으며 우방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즈니코프 장관 등은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이런 협력 관계는 지난 수십년 동안 보지 못하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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