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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바이든 “러, 우크라 침공 확신…키예프 공격할 것”…24일 회담 분기점

등록 2022-02-20 14:24수정 2022-02-21 02:32

24일 미-러 외무장관 회담…푸틴, 핵무기 훈련 무력 과시
우크라 돈바스서 정부군-반군 교전에 ‘침공명분 쌓기’ 의심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프 지역에서 19일(현지시각) 여성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방위군 전역자들로부터 소총 조작법을 배우고 있다. 하르키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프 지역에서 19일(현지시각) 여성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방위군 전역자들로부터 소총 조작법을 배우고 있다. 하르키프/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공언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세력이 군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24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미-러 외무장관 회담이 위기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 한다고 믿을 이유를 갖고 있다”며 “러시아가 280만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는 수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공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최근까지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심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혀왔으나,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지금으로서 그가 그런(침공) 결정을 내렸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믿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우크라이나 상황에 관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19일 리투아니아에서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그들(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러시아 병력)이 풀리고 있고, 이제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병력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15만명 이상으로 증강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사이의 교전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포격전 등으로 민스크 휴전협정 위반 사례가 19일 2000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군 2명이 숨졌다. 반군 쪽은 정부군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군은 이를 부인한다.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세력 중 하나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지고 주택 5채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고 20일 러시아 매체들이 전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깃발 작전’을 펴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난 19일에는 자칭 독립국을 주장하는 돈바스 지역의 친러 세력이 군 총동원령을 내리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장 데니스 푸쉴린은 정부군이 공격해올 위험성이 높아졌다면서 모든 예비군들은 모병 사무소로 나와달라고 촉구했다. 또다른 친러시아 세력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수장 레오니트 파세치니크도 18~55살 남성은 루간스크(루한스크)주를 떠나지 말라며 총동원령을 선포했다. 이들 반군 세력은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대피를 촉구했으며, 이미 수천명이 러시아 로스토브 지역으로 피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난민 70만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서방 또한 우크라이나를 탈출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는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안내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키예프에 있는 연락사무소를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와 벨기에 브뤼셀로 옮겼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예고한대로 19일 벨라루스와 합동으로 전략 핵무기 훈련을 실시하며 힘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핵을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켜봤다. 20일 종료할 예정이었던 러시아군과 벨라루스군의 연합 군사훈련도 종료 직전 연장한다고 벨라루스 국방장관이 발표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대대적인 경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다.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뒤 19일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추가적 군사 공격은 금융·경제 제재를 포함한 광범위한 부문에서 엄청난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외교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병력을 상당 부분 철수해 긴장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도 대화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4일 유럽에서” 만나는 데 합의했다면서, “러시아가 그 날짜 이전에 군사 행동을 한다면 외교의 문을 닫고 전쟁을 선택했다는 게 분명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야권 성향의 러시아 민영방송 <도쉬티>(Dozhd)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그것(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실제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 유럽의 모든 이를 위한 안보를 향상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호적 기반 위에서 대화할 준비가 전적으로 돼 있다”도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9일 뮌헨안보회의 행사에서 “러시아 대통령이 무얼 원하는지 모른다”며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이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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