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AP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미국 정보당국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 전쟁을 일으킨 것부터 최근의 핵 위협과 민간인을 포함한 대상을 향한 무차별 공격 등 일련의 행동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시엔엔>(CNN)은 1일 미 정보기관들에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에 관한 새 정보 수집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방송은 푸틴 대통령에 접근성을 갖추고 있는 인물로부터 전해 들은 정보원의 얘기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가 본인이 예상하고 적정하다고 생각한 수준보다 빠르게 올라갔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런 증언을 담은 최근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의 행동이 매우 우려스럽고 예측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미 조야에서도 현재 푸틴 대통령은 ‘예전의 푸틴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28일 기자들에게 “푸틴이 10년, 15년 전에 했을 걸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오늘날에도 대응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5일 트위터에 “더 공개할 수는 없지만, 푸틴이 뭔가 잘못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강력하고 단합된 경제 제재에 핵 운용 부대의 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민간인 시설에까지 폭격을 가하는 등 매우 난폭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유럽의회 화상연설에서 “어제 하루에만 16명의 어린이가 죽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국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가 국제법상 금지된 진공폭탄과 집속탄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고삐 풀린 듯한 행동이 서방의 공포를 증폭시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방수사국에 전달된 정보원의 전언 또한 이를 노린 역정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정보 브리핑을 했던 베스 새너 <시엔엔> 안보 분석가는 “푸틴이 그 전에 말해온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푸틴 대통령이 미쳤거나 불안정한 게 아니다. 고립으로 인해 감정이 더 고조된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그(푸틴 대통령)의 정신적 안정성에 대해 평가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그의 발언과 행동,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한 정당화는 분명히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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