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이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반전 집회’에 참석한 시위자의 팔다리를 들어 연행하고 있다. 이날 하루만 러시아 56곳에서 43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적이 아닙니다. 러시아가 부끄럽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로 벌써 1만명 넘는 시민들이 체포되고 있지만, 러시아인들의 반전 열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치범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 ‘OVD-인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6일 하루 동안 모스크바 등 56개 도시에서 최소 4357명이 시위로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4천명 이상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시민들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도심 곳곳에서 ‘반전 집회’를 열고 있으며, 지금까지 파악된 수만 1만3319명이 경찰에 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OVD-인포’는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폭력을 쓰는 등 러시아 정부의 압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이 6일 시위에 참여한 사람의 팔다리를 들고 연행을 하면서 경찰봉으로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시위자를 넘어뜨려 제압하거나, 연행 과정에서 심하게 폭행해 피를 흘리는 모습도 담겨 있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전 집회’에 참석한 시위자는 <로이터> 통신에 “푸틴 때문에 러시아는 세계 사람들에게 전쟁을 의미하게 됐다”며 “이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시위에 참석해 체포된 2명은 경찰에 끌려가면서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OVD-인포’ 관계자는 <비비시>(BBC) 방송에 “시베리아 지역에서도 반전 집회가 있었다. 이 지역에서 이렇게 대규모 시위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베리아에서도 200명 이상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회원국이기도 한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도 2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반전 집회’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오늘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음에 카자흐스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 국민이 아니라 푸틴을 반대한다”고 호소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