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연방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전세계 위협’을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정보기관장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스콧 베리어 국방정보국(DIA) 국장.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정보당국이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판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으며, 민간인 사상자를 고려하지 않고 더 강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전세계 위협을 주제로 한 하원 정보위원회 연례 청문회에 출석해 “푸틴이 현재 화가 났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본다”며 “민간인 사상자에 상관없이 더 세게 밀어붙이고 우크라이나 군대를 파괴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을 예상하지 못한 채,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신속하게 장악할 수 있을 걸로 판단하고 전쟁을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청문회에서 “러시아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저항력, 그리고 잘못된 계획, 사기 문제, 상당한 병참 문제 등 내부의 군사적 도전과제의 정도를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국가들과 민간 기업들까지 동참한 대러시아 제재 또한 푸틴 대통령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헤인스 국장은 “그럼에도 푸틴은 저항에 단념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와 중립화를 달성하고 우크라이나가 미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더 통합하는 걸 막기 위해서 오히려 더 수위를 높여서 더 세게 나갈 수 있다는 게 우리 분석가들의 판단”이라고 우려했다. 번스 국장도 “앞으로 험악한 몇주”가 될 것이라고 동감을 표했다.
번스 국장은 또 우크라이나인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강렬한 저항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경험으로 인해 영토 주권과 국가성에 대한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 내부의 언론 통제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겪는 군사적, 경제적 시련을 러시아 대중이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사자들의 장례식이 열리는 것을 보면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러시아군의 포위 작전을 버텨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리어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청문회에서 “(식량 등) 공급이 끊기면, 내 생각에 (수도 키이우의 상황이) 열흘에서 2주 뒤면 어느 정도 절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 군 사망자는 2천~4천명 사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는 지난 2일 자국군 사망자가 498명이라고 발표한 뒤 피해 규모를 추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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