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주유소에 보통휘발유 가격이 갤런(약 3.8리터)당 5.8달러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미국인의 압도적 다수가 기름값이 오르더라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이 지난 8~11일 미국 성인 20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제재에 찬성 의견이 77%에 이르렀다. 반대 의견은 23%였다. ‘미국의 기름값이 오르더라도 러시아 원유·천연가스 제재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도 동의하는 답변이 63%(반대 36%)로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적 타격을 주기 위해 8일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값 평균치는 미국자동차협회(AAA) 집계로 지난 6일 갤런(약 3.8리터)당 4달러를 돌파해 2008년 7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올라 13일 현재 4.33달러에 이른다.
러시아 원유·천연가스 제재에 찬성 여론은 민주당 지지자 84%, 공화당 지지자 76%, 무당층 75% 등으로 정치적 성향과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대러시아 제재에 찬성하는 것은 이번 전쟁을 통해 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에 동의한 이들은 31%에 불과한 반면, ‘유럽의 다른 나라들까지 침공하려 한다’는 대답은 3분의 2를 넘는 69%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비행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자국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미국과 나토(NAT0·북대서양조약기구)에 요청한 문제에 대해선, 응답자의 62%가 ‘전쟁 행위로 비쳐진다면 반대한다’고 답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한다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대 다수인 73%가 동의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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