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2020년 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테슬라 모델3 출시 행사에서 재킷을 벗어 던지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이름난 ‘악동’인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러시아와 중국에 극적으로 상반된 태도를 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한판 붙자”며 독설을 날렸지만, 같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엔 잇따라 비위를 맞추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평소 갖은 기행과 독설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아온 머스크는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일대일 결투를 신청한다”며 “내기로 거는 것은 우크라이나”라며 조롱 섞인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이름은 러시아어로 썼고, 우크라이나라는 단어는 우크라이나어로 적었다. 머스크는 “푸틴이 만약 손쉽게 서방에 굴욕감을 안겨줄 수 있다면 나의 도전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통신 시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를 위해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지원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명인 머스크의 도발에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나섰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국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머스크를 “작은 악마”라고 부르며 “넌 아직 애송이이고 약골이다. 나와 대결하기에도 약하다.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지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제재에 동참하지도 않는 중국에 대해선 정반대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한 연설의 한 대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중국이 이룬 경제적 번영은 정말 놀랍다. 특히 인프라, 직접 가서 보길 권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3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한 인터뷰에선 “중국의 미래는 위대할 것이고 세계 최대의 경제국으로서 크게 번영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말 미국과 중국이 신장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의 인권 문제로 갈등하는 가운데, 신장 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에 첫 대리점을 열어 ‘중국 편들기’ 논란을 불렀다.
머스크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테슬라의 매출 구조 때문이다. 테슬라가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138억달러(약 16조7642억원)로 전체 매출(538억달러)의 25.7%를 차지했다. 미국이 240억달러(44.6%)로 1위였고, 기타로 처리된 나머지 국가가 160억달러(29.7%)였다.
특히 중국 매출은 2018년 이후 해마다 거의 두배씩 증가하는 등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2018년 테슬라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7.9%였는데, 3년 만인 2021년 25.7%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 테슬라 매출 내 중국 비율은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인들의 강한 애국주의적 소비 성향은 세계적으로 이름 높다. 지난해에는 인권 문제를 이유로 신장 자치구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퇴출 운동이 일었었다.
테슬라는 지난해 2월 중국 시장관리감독총국의 공개 질타도 별말 없이 수긍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테슬라 관계자를 밤늦게 불러 ‘웨탄’(예약면담)을 진행했고, 배터리 발화, 속도 이상,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테슬라는 “중국 정부의 지도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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