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을 당해 불길에 휩싸인 우크라니아 하르키우의 대형 시장에서 17일(현지시각) 소방관들이 불을 끄려 애쓰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7일(현지시각)로 22일째를 맞은 가운데 남동부 마리우폴에 이어 북동부 하르키우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마리우폴에서는 전날 민간인 대피 시설로 쓰인 극장이 폭격을 당한 이후에도 하루 50~100번 가량의 포격이 이어졌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시 당국은 성명을 내어 “35만명 가량의 시민이 16일째 봉쇄된 채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며 “러시아 점령군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 당국은 도시 내 전체 주택의 80% 가량이 피해를 입었으며 30% 정도는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마리우폴을 빠져나간 민간인은 3만명 정도다.
전날 폭격을 당한 극장에서는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정확한 구조 인원, 피해 규모 등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시 당국은 “어제와 오늘 잔해 제거 작업을 벌이고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피해자 정보는 정리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2대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에서도 대피로가 막힌 가운데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하르키우 외곽의 메레파 마을에서 학교와 문화센터가 이날 오전 포격을 당해 적어도 21명이 사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현지 검찰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상자도 25명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0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검찰은 밝혔다.
하르키우 시내에 있는 대규모 시장인 ‘바라바쇼보 시장’은 이날 폭격으로 불길에 휩싸였다고 <시엔엔>이 전했다. 불이 나자 70여명의 소방관이 동원돼 화재 진압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소방관 한 명이 숨졌다고 시 정부가 밝혔다. 이 시장은 2만여개의 상점이 밀집해 있으며 상인들만 9만여명에 이르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거대 시장이다.
하르키우에서는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주민 대피도 이뤄지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 합의한 인도주의 통로 9곳 가운데 하르키우와 북부 국경 도시 보우찬스크 사이의 통로를 뺀 8곳에서 주민 대피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르키우의 통로는 러시아군의 포격 때문에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공격을 위해 머물고 있는 키이우 북부 외곽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키이우 외곽 지역 중에서도 피해가 특히 큰 호스토멜과 부차 지역에는 이날 처음으로 36t의 식품과 의약품이 전달됐다. 북동부 교외의 다른 지역에 대한 구호품 공급도 이뤄졌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유엔에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도 부족하다는 듯 파괴적인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온 세계가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보건기구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병원과 의료시설 43곳이 공격을 당했고 적어도 1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건의료 시설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