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원료의 주요 공급 국가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전세계 비료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프랑스 낭트 인근의 농지에서 농민이 요소비료를 뿌리고 있다. 낭트/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세계의 곡창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재배 면적 급감에 이어 비료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까지 나타나고 있다. 비료값 급등이 주요 국가의 파종 시기와 맞물리면서 내년 이후 전세계 규모의 식량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각) 서방의 러시아 제재 여파로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등 세계 주요 농업국의 농민들이 비료 사용을 줄이고 경작 면적을 축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브라질의 옥수수 재배 농민들은 이미 비료 사용을 줄이기 시작했고, 정부는 비료 원료 확보를 위해 원주민 보호 지역에서 탄산칼륨 채굴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케냐의 소규모 농민들은 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캐나다에서는 가격 급등을 우려한 일부 농민이 비료 사재기에 나섰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농가의 비료값 부담도 지난해 17%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다시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은 전세계의 곡물 생산자, 농업 시장 분석가, 농산물 거래상 등이 모두 한 목소리로 비료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비료 가격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 등으로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크게 올랐는데,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 빠르게 치솟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탄산칼륨·암모니아·요소 등 비료 원료의 주요 수출국이다. 탄산칼륨의 경우 러시아와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가 전세계 수출량의 40%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러시아는 암모니아 수출량의 22%, 요소 수출량의 14%도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두나라에 대해 잇따라 제재 조처를 내놓으면서 러시아의 비료와 비료 원료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많은 무역 업체들은 대체 공급처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수석 경제학자 막시모 토레로는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 차질도 문제지만 비료 부족과 가격 급등은 더욱 심각한 타격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비료 문제가 해결하지 않고 비료 교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내년에 아주 심각한 식량 공급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주요 비료 업체 ‘시에프(CF) 인더스트리’의 토니 윌 최고경영자도 “지금 나의 최대 우려는 전세계 규모의 식량 위기”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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