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7개국(G7) 정상들이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주요20개국(G20)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24일 말했다. 주요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대러시아 대응 강화를 강조하며 단합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뤼셀에서 유럽 국가들 정상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G20에서 제거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예스(Yes)”라며 “그것은 주요20개국에 달렸다. 오늘 그 문제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인도네시아나 다른 나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내 생각에는 (주요20개국이 아닌) 우크라이나가 주요20개국에 참석해 회의를 참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주요20개국 의장국은 인도네시아이며, 오는 10월 회의가 예정돼 있다. 올해 주요20개국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도 모두를 초청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25일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공동 준비위원장 디안트리안샤 자니는 "우리는 공정성과 중립을 유지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모든 회원국을 초청할 것"이라고 전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미국 등이 러시아의 주요20개국 퇴출을 주장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뒤 주요8개국(G8)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최근 주요20개국 퇴출 논의가 일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자 인도네시아 주재 러시아 대사는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 가을 열리는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주요20개국 참석을 옹호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주요20개국 회원국 자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주요20개국의 누구도 다른 회원국을 쫓아낼 권리가 없다”며 “러시아는 주요20개국의 중요한 멤버이며, 주요20개국은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중요한 포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은 자신의 경제가 러시아보다 서방에 훨씬 더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이해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지원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브뤼셀에서 주요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잇따라 열고 러시아 대응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주요7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내어 푸틴 대통령을 향해 생물학, 화학,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지 말라며 필요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7개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다. 이들은 또 러시아에 이미 부과한 경제·금융 제재의 완전한 이행과 감시를 다짐했다. 아울러 “우리는 러시아 가스·석유·석탄 수입에 대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려는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며 석유·가스 생산국에 공급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주요7개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피란민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10만명을 미국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세부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미 관리들이 전했다.
이날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 주변에 위치한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에 4개 전투단을 배치하기로 하는 등 동유럽 방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나토 정상들은 러시아의 생화학·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오는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추가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얻으려 했던 것과 정확히 정반대를 얻고 있다”며 “나토가 오늘보다 더 단결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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