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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폴란드 국경 르비우 폭격…“바이든에 보내는 메시지”

등록 2022-03-27 10:37수정 2022-03-27 10:57

러시아 침공 한달여만에 첫 시내 공격
“르비우도 안전하지 않다” 불안 확산
체르노빌 교대 근무 또다시 중단
하르키우 실험용 원자로 포격당해
마리우폴 이어 체르니히우도 ‘재앙’ 직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26일(현지시각) 서부 도시 르비우 시내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벌였다. 시민들이 공격을 당해 검은 연기가 치솟는 건물을 지켜보고 있다. 르비우/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26일(현지시각) 서부 도시 르비우 시내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벌였다. 시민들이 공격을 당해 검은 연기가 치솟는 건물을 지켜보고 있다. 르비우/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그동안 안전 지역으로 간주되던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도시 르비우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체르노빌 원전 직원들이 모여 사는 인근 도시가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가고 하르키우의 실험용 원자로가 폭격을 당하는 등 원전 안전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한 가운데 폴란드 국경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외곽이 이날 4발의 로켓 공격을 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공격으로 연료 저장시설이 파괴됐으며 적어도 5명이 다쳤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르비우 시내에 대한 공격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르비우는 그동안 거의 공격을 당하지 않던 도시였는데, 이날 공격으로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폭격을 당한 지역 인근에 사는 경제학자 마리안나 파크는 “우리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은 “적군의 오늘 공격은 현재 폴란드에 머물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르비우는 폴란드에서 70㎞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시다.

북부 국경 도시 체르니히우는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폐허로 변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체르니히우에서는 밤마다 폭격이 이어지고, 낮이 되면 주민들이 식수와 음식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현지에 머물고 있는 언어학자 이하르 카즈메르차크는 <에이피>와 전화 통화에서 “음식이 거의 동이 나고 폭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며 “지하 대피소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은 체르니히우가 제2의 마리우폴이 될 것이라는 말 뿐”이라고 전했다.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한 남동부 마리우폴 상황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세르게이 오를로우 마리우폴 부시장은 <비비시>에 “사람들이 식량과 의료품 부족으로 계속 숨지고 있다”며 “도시 전체에 아이들을 먹일 음식까지 동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체르노빌 원전 근무자들의 교대 근무가 다시 중단된 가운데 원전 근무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인근 도시 슬라보티츠가 이날 러시아군에 점령당했다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 도시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지역 주민 이주를 위해 건설한 도시로, 원전 근무자 대부분도 이 도시에서 체르노빌로 출퇴근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주일째 원전 교대 근무가 중단된 상태”라며 “우크라이나 당국은 슬라보티츠 인근에 대한 공격으로 근무자들의 이동이 중단됐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인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실험용 원자로가 있는 하르키우 물리학·기술연구소가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러시아의 공격이 지속되고 있어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가 장악한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주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기존 정부를 해체하고 새로운 민군 합동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 ‘크림공화국’ 정부 인사의 말을 인용해 “이 지역들에서 러시아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해졌고,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러시아 루블화를 결제에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친러시아 분리 독립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부터 서쪽으로 헤르손까지 흑해 연안 지역 대부분을 점령한 채 영구적인 지배 체제 구축을 노리고 있다.

유엔 기구인 유니세프는 이날 우크라이나 어린이 두 명 중 한 명이 전쟁을 피해 피란에 나선 상태라며 어린이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엘더 유니세프 대변인은 <비비시> 방송에 르비우, 키이우, 하르키우 등 곳곳에서 공포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산모들과 아이들이 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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