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친러시아계 군인이 28일(현지시각) 폭격으로 뼈대만 남은 건물 앞을 지키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한 달 가까이 러시아군에 포위돼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지금까지 민간인이 5천명이나 희생된 가운데 도시가 사실상 러시아군에 넘어갔다고 마리우폴 시장이 28일(현지시각) 밝혔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날 미국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우리 권한 안에 있지 않고, 불행하게도 우리는 점령군 손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수, 전기, 난방이 모두 끊겨 생활이 불가능한 도시에 현재 16만명의 주민이 머물고 있다.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도시의 모든 탈출 통로가 러시아군에 의해 봉쇄됐다며 “마리우폴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우크라이나 <인테르팍스> 통신에 현재까지 마리우폴에서 21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5천명의 주민이 숨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자국 군인들이 마리우폴 시내에서 원형으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혀, 끝까지 마리우폴을 지킬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 키이우 주변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러시아가 점령한 도시 이르핀을 탈환하는 등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올렉산드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르핀이 해방됐다”고 썼다. 이르핀은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20㎞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로, 러시아의 침공 초기에 벨라루스쪽에서 남쪽으로 진격한 러시아군에 점령당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 서쪽 마카리우 등에서도 러시아군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제2 도시 하르키우, 북부 국경 도시 체르니히우 등에서도 뚜렷한 전과를 올리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고 미국 국방부 관계자가 밝혔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자, 러시아가 1천여명의 용병을 투입했다고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영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용병기업 바그너(와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조직의 고위 지도자를 포함해 1천명이 넘는 용병을 배치했고 작전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큰 손실을 당하고 공격이 정체에 빠지자 바그너그룹 용병을 아프리카와 시리아 대신 우크라이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주민 89만명에게 구호물자를 공급했으나, 여전히 물자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유엔은 하르키우와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비상식량과 의료품 등을 지원했지만, 많은 지역에서 포격이 이어지고 곳곳에 지뢰가 매설된 상태여서 구호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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