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거의 철수한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탱크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체르니히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달 이상 수도 키이우 주변에 대한 공세를 펴던 러시아군이 키이우 주변과 북부 국경 지역에서 병력을 거의 모두 철수시켰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4일(현지시각) 밝혔다.
키이우 서쪽의 지토미르주 정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모두 철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비탈리 부네츠코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일부 차량과 군수품을 남긴 채 떠나면서 민가와 숲에 지뢰를 매설해뒀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주변에 배치했던 병력의 3분의 2 가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러시아 국경 인근 지역 수미와 북부 벨라루스 국경 지역 체르니히우에서도 러시아군이 대부분 철수했다. 수미주 정부는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이 없으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병력을 몰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지비스키 주지사는 국영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군이 차량들을 버려둔 채 떠났다며 파괴되지 않은 일부 군용 차량은 우크라이나군이 압수했다고 전했다. 체르니히우주 정부도 일부 러시아군이 남아있지만 체르니히우시 주변에서는 대부분 철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점령을 위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동부 지역에서도 격렬한 교전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모투쟈니크 국방부 대변인은 동부 루한스크주에서 러시아군이 주도인 세베로도네츠크로 진격하기 위해 포파스나 등 주변 지역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한스크주는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상당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오랜 분쟁지역이다. 그는 또 러시아군에 포위된 동남부 마리우폴 주변으로 러시아군이 계속 집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만명 이상의 주민이 여전히 식수와 음식도 끊긴 채 고립되어 있는 마리우폴에서는 주민 탈출이 여전히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민간인 피란을 돕기 위한 지원팀이 마리우폴 인근까지 접근했으나 시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슨 스트라지우소 적십자위원회 대변인은 “지원팀이 마리우폴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마을에 억류되어 있다”고 말했으나, 누가 지원팀을 억류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상황 해결을 위해 관련 당국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점령군 당국”이 적십자 지원팀을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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