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5일(현지시각)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5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위협에 노출된 동유럽 국가들에 ‘영구기지’를 지어 미군을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밀리 의장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의원이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 영구적인 미군 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하자, 기지 건설에 동의하지만 병력은 영구 배치가 아닌 순환 방식이 낫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많은 유럽 동맹들, 특히 발트 국가들이나 폴란드·루마니아 등은 영구기지 건설 의향이 매우 강하다”며 “그들은 그걸 짓고, 비용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밀리 의장은 가족 이동, 학교, 주택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병력을 순환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력을 순환시키면 개별 군인들은 2~3년씩 주둔하지 않으면서도 군대가 영구 주둔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이런 논의가 나오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지역의 긴장과 불안감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밀리 의장은 또 동유럽에서 러시아와 대치하는 현재 상황에 대해 “매우 장기적인 갈등이며, 최소한 수년은 갈 것으로 본다”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미국, 우크라이나,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모든 동맹과 파트너들은 한동안 이것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의 42년 군 복무 기간 중) 유럽과 세계에 가장 큰 평화·안보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유럽 배치 미군을 기존 약 6만명에서 10만명으로 늘렸다. 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러시아에 인접한 동유럽의 헝가리·슬로바키아·루마니아·불가리아에 보낼 4개의 신규 전투부대를 창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은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유럽에서의 나토군 태세 전환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짐 타운센드 전 국방부 차관보는 <워싱턴 포스트>에 미국이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 동유럽에 미군을 영구 주둔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비용 문제로 포기했었다고 말했다. 군사위에 함께 출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리 목표는 특히 발트 지역 등 동유럽 동맹과 파트너들을 계속 안심시키는 것”이라며 유럽 안보 구조 조정에 대한 결정이 오는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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